“간호법과 면허박탈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대한민국 보건복지의료에 사망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저희가 오죽하면 본연의 업무를 잠시 멈추고 이렇게 자신의 자리 밖으로 나왔겠습니까.”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1일 국회 앞에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보건의료 잠시멈춤’ 2차 연가투쟁 행사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가 주최한 이번 집회에는 치과의사, 요양보호사, 방사선사 등 다른 직역과 관련 직역 대학생들까지 합세해 집회 규모가 커졌다. 의료연대 추산 서울 집회에만 5000명, 전국적으로 4만명이 참여했다.
지난 3일에 이은 2차 연가투쟁이다. 의사, 간호조무사 중심이었던 1차 투쟁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 치과의사와 요양보호사도 이번 부분휴업에 합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의료연대는 윤 대통령이 오는 16일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17일 하루 의료 업무를 전면 중단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불가피하게 ‘잠시 멈춤’을 하지 않으면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이라는 악법들로 이 땅의 보건의료와 국민건강이 무너지고 말 것이기에, 진료공백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연가투쟁을 하는 점 널리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도 “우리는 간호사 처우개선을 지지한다. 다만 간호사만 아니라 전체 보건의료인의 처우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간호사만으로는 부모돌봄을 제대로 할 수도 없고, 오히려 부모님 건강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은 “간호법과 면허박탈법, 반드시 전면 재논의돼야 한다”며 “부디 저희가 연대 총파업을 결행하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이 지금이라도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바른 판단을 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간호사 단체를 향해 간호법 재논의를 위해 대화에 나서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태근 대한치과협회 회장은 “저희는 파국을 원치 않는다. 지금이라도 간호협회와 대화를 통해 모든 보건의료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간호협회 지도부 여러분 논의의 테이블로 나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도 간호법 재논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 앞에서 단식 중인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을 만나 “간호사분들과 회장님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직역 간 입장 차이가 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책임감 있게 수습해야 하니까 그런 고민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이렇게 갈등이 심각한데 보고만 있어서 되겠느냐, 다 만족시킬 순 없지만 불만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했다”며 “국회에서도 상의를 하겠다”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