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아트부터 숏폼 제작까지…중년들의 '챗GPT' 도전기

AI아트부터 숏폼 제작까지…중년들의 '챗GPT' 도전기

-챗GPT 강의 듣는 중년 수강생…디지털 배움터 접근성도 용이해
-챗GPT 로그인 장벽 '난관'…“올바르게 질문해 학습시키는 것 중요”
-수강생 “아는 만큼 보이는 것”…챗GPT, 고령층과 가까워질 기회

기사승인 2023-05-24 06:05:01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내 디지털배움터에서 22일 챗GPT 강의가 진행됐다.    사진=이소연 기자 

‘디지털혁명’, ‘새로운 물결’. 지상파 뉴스는 물론 유튜브 채널까지. 세상 모두가 챗GPT를 이야기한다. 김주완(56·가명)씨도 배우고 싶고, 써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인 중 챗GPT 사용법을 안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구글스토어에서 챗GPT 이름으로 된 앱을 다운 받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궁금한 마음에 찾게 된 곳이 바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내 ‘디지털 배움터’였다.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배움에 목마른 중년들이 디지털배움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2일 오후 7시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서 챗GPT 활용하기 3주 차 수업이 진행됐다. 수강생은 5명. 대다수는 50대 중년층으로, 해당 아파트 거주민이다. 디지털 배움터의 강의는 모두 무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지원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트북 등의 기기도 제공된다. 전국에 1000개의 공공·민간기관에 위치해 있기에 접근도 용이하다.

장지안 디지털배움터 강사와 수강생들이 챗GPT를 통해 유명인의 명언 10선을 추천받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앞서 수강생들은 1주 차에 챗GPT 사용법을, 2주 차에 AI 미술작품 제작법을 배웠다. 챗GPT에 그림을 그려주는 또 다른 프로그램 ‘플레이그라운드’를 접목해 명령어만으로 AI 미술작품을 완성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비행사가 유영하는 장면과 귀여운 고양이 그림 등이다. 손으로 그렸다면 최소 몇 시간이 걸렸을 작품이 10초 만에 뚝딱 만들었다.

3주 차 강의 목표는 챗GPT 정보를 활용한 유튜브 숏폼 콘텐츠 만들기다. 숏폼은 4분 미만의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여행 가고 싶은 도시 10선, 슬플 때 듣는 음악 10선 등의 정보를 챗GPT로부터 추천받아 무료 디자인 툴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수강 3주 차이지만 ‘로그인’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구글 메일 등을 통해 챗GPT 운영사인 오픈 AI에 가입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네이버와 다음을 주로 사용해온 중년층에게 구글 메일 로그인은 익숙하지 않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구글 메일을 누구나 갖고 있지만 중년층 대다수는 자녀가 생성해 준 후 생각에서 지워버리기 일쑤다. 교육을 진행하는 장지안(39·여) 강사는 “1주차 때보다는 다들 익숙해지셨지만 자동로그인이 풀리면 재접속 등을 여전히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라고 귀띔했다.

수강생들은 노트에 빼곡하게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사진=이소연 기자  

이날 제작할 숏폼 영상의 주제는 ‘유명인의 명언 10선’이다. 수강생들은 챗GPT에게 ‘유명인의 명언 10개를 알려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릴린 먼로,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등 유명 인사들의 명언 10개가 모니터에 빠르게 등장했다. 정보를 다시 표로 추출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쉽지만은 않았다. 한 수강생의 챗GPT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명언을 음절 단위로 끊어 알려줬다. 그가 “선생님, 얘가 사람을 가리는 것 같아요”라고 항변하자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왜 내 말은 안 들어’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는 소심한 항의도 했다. 새로운 창에서 다시 시작하자 챗GPT는 올바르게 유명인의 명언 10가지를 쏟아냈다. 수강생은 그제야 다시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무료 디자인 툴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도 수강생들에게는 생소했다. 다들 한 단어라도 놓칠세라 노트에 적어가며 수업을 들었다. “어떻게 글자를 붙이면 되죠?”, “복사는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음악을 카드마다 다르게 넣을 수는 없나요?” 등 질문도 이어졌다. 수강생 오모(53·여)씨가 배경 바꾸기를 어려워하자 함께 강의를 들은 남편 김씨가 옆에서 조언을 시작했다. 오씨는 “어머, 당신이 웬일이야”라며 꺄르르 웃음을 지었다.

수강생 이수진씨가 무료 디자인 툴을 활용해 숏폼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글자를 넣고 배경을 바꾸고 음악까지 깔아 완성한 30~40초 분량의 숏폼. 수강생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메일 또는 카톡으로 결과물을 전송했다.

강의를 마친 수강생들은 저마다 뿌듯함을 표했다. 정모(50대·여)씨는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는 빠른데 점점 나이가 들며 배우는 속도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챗GPT가 무엇인지 알고 경험하게 된 뜻 깊은 시간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강의를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50·여)씨도 “EBS 강연 등 TV 프로그램에서 챗GPT가 나올 때 전보다 훨씬 쉽게 이해하게 됐다”며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장 강사는 “챗GPT의 활용법은 사용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건강관리 식단을 짜거나 미술 작가, 동화 작가, 유튜버 등 꿈꿔왔던 직업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다”며 “고령층 또한 ‘기관지가 아플 때 어떤 약이 좋아?’라는 식으로 직관적으로 질문해 답을 구할 수 있다. 교육만 받는다면 디지털과 더 쉽게 가까워질 기회”라고 설명했다.

수강생이 과제를 통해 만들어낸 간단한 숏폼 동영상.    영상=이소연 기자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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