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르면 폭언 ‘개딸’, 서북청년단과 다를 게 뭔가”
2023년 더불어민주당에서 때아닌 ‘사상 검증’ 이뤄지고 있다. 친명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기성정치권과 강성 지지자들이 청년 정치인을 재단하고 줄 세우려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만으로 보이지만, 기성 정치인들도 침묵하면서 청년 정치인들에게 어느 편에 설지 등을 따져 묻는 일종의 ‘사상 검증’에 나서는 모양새다.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 위원장을 비롯한 각 시도당 대학생 위원장들은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남국 코인 논란 등에 대한 당 쇄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이들은 일명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갖가지 폭언, 카톡 테러 등 온갖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양 위원장을 비롯한 청년 정치인들은 모두가 원외 인사로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들의 자유로운 의견이 존중받고, 당내 또 다른 목소리로 받아들일 만도 하지만 강성 지지자들은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청년 수박’ ‘수박 새내기’ 등 조롱 섞인 말들을 해가면서 우리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쫓겨날 것인가를 따지는 모습은 과거 극단적 우익 단체인 서북청년단과 오버랩된다.
특히 기자회견에 나선 일부 청년 정치인을 향해서는 ‘(기자회견에) 애초에 동의한 적이 없다’ ‘내 생각과는 달랐다’라는 내용의 입장을 내라고 강요하는 행태도 자행되고 있다.
민주 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기성 정치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 침묵 중이다. 선배 정치인으로 본을 보여 이들을 보호하고, 상황 수습에 나설 만도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화에 이바지해왔다면서 스스로 운동권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셈법만 계산할 뿐 조직도 세력도 없는 당내에서 최약자인 청년 정치인들이 당하는 모습을 못 본 척하고 있다.
이유는 ‘개딸’을 위시한 강성 지지자들이 무서워서다. 현재의 당내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은 양심상 알고 있지만 행여 지지자들의 눈 밖에 나고 낙인찍힐까 봐 주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청년 정치인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역 의원도 나왔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청년 정치인들을 향한 당내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에 반대했다. 김 의원은 “김남국 의원도 청년인데 스스로 책임을 졌다”며 기자회견으로 공격받는 청년 정치인들이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양소영 위원장은 원외에 있는 청년 정치인들은 계파를 알지도 못하고 어느 편에 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쿠키뉴스에 “김남국 의원 개인을 향해 비판을 가한 게 아니라 연이은 악재로 도덕성 상실 위기에 빠진 당의 쇄신을 요구한 것인데 왜 친명·비명의 문제로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비명계 사주로 기자회견을 했다고 하는데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학생 운동에 나섰던 한 민주당 의원은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생각이 다르다고 공격하는 것은 전체주의이고 독재다. 청년 정치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에 개딸들이 보인 극단적인 행동은 결코 민주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이 과거 서북청년단들이 자행한 폭력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이럴 때일수록 팬덤의 지지를 받아 이득을 보는 정치지도자들이 단호히 옳지 않은 점을 지적해주고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