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청년도약계좌 출시를 앞두고 은행들이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상품이지만 개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금리를 설정한다. 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면서 역마진 상황을 피하기 위한 금리 수준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출시 은행들은 이날 오전 10시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청년도약계좌 사전금리를 1차 게시한다. 이후 은행들 간 비교와 조정 과정을 거쳐 오는 12일 최종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에 나서는 은행은 상품을 출시하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IBK기업은행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JB광주은행 △전북은행 △DGB대구은행 등 12개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나 토스·케이뱅크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의 진행 과정 중 특별중도해지 요건 확인이나 소득증빙 등의 작업이 100%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참가하지 않는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70만원씩 납입 할 경우 지원금(최대 252만원)과 이자수익을 합쳐 5000만원 가량의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본인이 납입한 금액에 비례해 일정비율의 정부 기여금을 지원하고, 청년도약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엔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자수익을 결정할 금리는 은행마다 다르게 설정된다. 이는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하고, 가입자에게 금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공시된다. 특히 당국은 금리 1차 공시 이후 최종 공시까지 조정기간을 둬 은행들의 금리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급기관은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이라는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며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 미래세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따라서 청년도약계좌 가입 은행에 따라 목표점인 5000만원 달성에 시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입에 앞서 공시를 확인하고 고금리를 제시하는 은행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국이 기대하는 금리는 최소 5% 수준이다. 5% 수준의 금리가 설정돼야 비과세 혜택을 포함해도 5년간 5000만원 목돈을 모을 수 있다. 여기에 우대금리를 포함할 경우 6% 수준의 금리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고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은행 1년 정기 적금의 기본 금리는 현재 2~3%대 수준으로 신용카드 실적 및 각종 자동이체, 신규 거래 등의 우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4~5%대 금리가 가능하다.
은행들은 5~6%대 금리를 제시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비친다. 특히 청년도약계좌가 3년간 고정금리 이후 2년간 변동금리로 운영되는 만큼 금리가 하락할 경우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볼멘 목소리를 내놓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종 공시까지 기간이 있는 만큼 최초 공시 이후 은행 간 금리가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3년간 고정금리로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향후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