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이동통신시장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면 알뜰폰(MVNO)의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과 알뜰폰 업계, 학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합리적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주관했다.
이날 기조 발제는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이 맡았다. 박 연구실장은 이동통신시장의 현 상황과 경쟁촉진을 위한 생태계 조성 방향 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현재 이동통신시장에 대해 “현재 이동통신3사는 5G 관련 속도도 크게 나지 않고 독자적인 서비스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과점 형태이기에 투자 없이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높은 도매대가로 인해 알뜰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 3사에서 인터넷·IPTV 등과의 결합할인을 통해 통신 소매요금을 낮춰 알뜰폰의 요금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알뜰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열띤 토론도 진행됐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알뜰폰 업계의 투자 노력을 촉구했다. 김 연구위원은 “알뜰폰의 도입 목적은 가격경쟁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와 실체적 경쟁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알뜰폰이 자체적으로 어떠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 외에 설비 투자 등을 강화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KB리브엠 등 대기업 계열 알뜰폰의 약진에 대해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 알뜰폰 사업자도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 투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알뜰폰에 대한 파격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성진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알뜰폰을 통한 5G 통신시장 경쟁촉진이 어려운 이유로 △통신 3사의 우월적 지위를 통한 경쟁 제한적 요금 및 도매대가 설정 △차별화된 상품·상품 서비스 구성 어려움 △정부 규제 등을 꼽았다. 유 교수는 “전파사용료 감면과 대기업계열사 알뜰폰 시장점유율 제한 50% 관련 규제 완화 또는 수정 등이 필요하다”며 “현재와 같은 1년 단위의 임시적 감면 조치가 아닌 중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정부 지원과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황 부회장은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편과 이동통신사업자의 통신망 도매제공 의무 3년 일몰제 폐지, 정액형 요금상품에 대한 도매제공대가 산정기준 명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5G 정액형 요금제를 도입하고 싶지만 이동통신사는 본인들이 주력으로 하는 요금제에 대해서는 도매대가를 낮춰주지 않는다”며 “투자를 하려고 해도 법이 불안해 시도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 중심으로 알뜰폰 시장을 바라보자는 제언도 있었다.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알뜰폰 사업자를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인식한다. 브랜드를 소비할 때 대기업, 중소기업 등으로 따질 뿐”이라며 “소비자들은 통신 3사에서 대기업 사업자로, 이후 알뜰폰의 효용을 느낀 이들이 다시 중소사업자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동통신 3사로 복귀하는 비율은 (이동통신) 자회사의 경우 10%인데 KB리브엠은 1%”라며 “KB리브엠이 차별적인 킬러서비스를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통신정책을 주관하는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가계 통신비 인하도 중요하지만 통신 3사와 경쟁이 되는 메기가 필요하다”며 “오늘 토론에 나온 내용들을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준비 중인 통신경쟁 촉진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