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화가 지난 2월 이후 꾸준히 약세를 기록한 원인에 대해 무역수지 적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원화가 주요 34개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로 무역수지 충격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지난 2월 원·달러 환율 상승폭의 약 40%는 무역수지 적자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는데,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수출 부진의 여파로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올 초까지 미 달러화가 강세와 약세를 오가는 사이 원화의 환율 변화율은 다른 통화의 평균치를 상당 폭 웃돌았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원화 환율 절하율이 여타 통화 평균치를 두 배 이상 상회하면서 34개국 중 가장 높은 절하율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 가치는 반대로 올라간다. 하지만 최근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화지수(DXY·세계 주요 6개국의 통화에 대비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표시하는 지표)가 떨어지는 경우에도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한은은 환율 변화율 확대의 배경을 파악하고자 충격-반응 분석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내외 금리차와 무역수지 충격은 환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나타났으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환율을 내리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역수지 충격은 1개월의 시차를 두고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원화 환율 변화율이 그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여 왔으나 최근 다른 통화에 비해 높은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에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통화 약세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초 우리나라처럼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된 태국·남아공·아르헨티나·러시아 등에서도 같은기간 미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금융개방도 및 환율 제도의 유연성이 높고 선진국보다는 금융개방도가 낮아 동아시아 국가보다는 환율 변동성이 높으나 여타 국가들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