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왔지만, ‘파괴전차’의 엔진은 아직도 차갑게 식어있는 모양이다.
한화생명 e스포츠(한화생명)는 9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정규리그 1라운드 T1과의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1대 2로 패했다. 앞서 KT 롤스터와의 개막전 패배에 이은 2연패다. 한화생명으로선 최악의 시즌 출발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시즌 우승권 전력을 구축하고도 기대치를 밑도는 최종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름 반등을 위해 비시즌 담금질에 전념했지만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2연패가 모두 강팀과 승부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한화생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T1과 1승 1패로 맞섰을 뿐 젠지 e스포츠와 디플러스 기아, KT 롤스터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새 시즌이 시작됐는데도 이들을 상대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고민을 남긴다.
경기 초중반 단계에서 팀 움직임이 보다 능동적으로 변한 점은 눈길을 끈다. 하지만 라인전 단계에서의 힘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발목을 잡는다. 이날 T1과의 경기도 그랬다.
2세트는 인베이드 과정에서 선취점을 내고도 상대에게 바텀 주도권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미드에서 솔로킬까지 허용하면서 11분 만에 골드 차가 4000까지 벌어져 무기력하게 패했다. 3세트 역시 라인전부터 무너지면서 29분 만에 경기를 내줬다. 장기전 끝에 승리한 1세트 역시 초중반 주도권은 없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현우 해설 위원은 한화생명에 대해 “중요 순간 결정력이 좋지만 빌드업이 약하다.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지 않는 장면도 많이 나왔다”며 경기력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인규 한화생명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강팀을 만나서 2패를 했기 때문에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조합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여드릴 수 있는 가능성들이 아직 많으니 다음 경기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다음 경기에서 지난 시즌을 9위로 마친 DRX와 만난다. DRX 역시 개막 첫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는 등 시즌 출발이 좋지 않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