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되는데, 특히 고팍스 인수를 통한 한국시장 진출마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1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소장에서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산을 이용해 이득을 얻었지만, 고객 자산을 큰 위험에 노출했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낸스가 고객 자산을 몰래 별도의 가상자산 관련 업체에 송금한 뒤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도록 해 거래량을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바이낸스 법인은 13일부터 달러 예금을 중단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선제적 조치’ 차원로 풀이된다. 가상화폐의 거래와 스테이킹(Staking), 예금과 인출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만, 미국 달러를 사용해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바이낸스가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이처럼 바이낸스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상황 속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당장 금융위원회가 바이낸스 소송 상황을 모니터링하기로 결정하면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위한 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가 더 미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고팍스는 지난 3월7일 등기임원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수리를 보류한 상태다. 이 신고서에는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 등 바이낸스 측 3명을 고팍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의혹 등을 살피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를 수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서 바이낸스의 증권법 위반 혐의‧자산압류 신청 등 이슈가 추가로 발생하며 신고서 수리는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고파이’의 이자지급 일자가 점차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파이는 팍스에 가상자산을 맡기면 원금과 함께 예치 기간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현재 고파이는 지난해 고팍스 협력사 미국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 파산으로 11월16일부터 원금과 이자 지급이 중단된 이후 원금에 대한 이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고정형 상품은 만기에 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만기가 지나도 확정 이율만큼 매일 이자가 쌓인다. 그만큼 고팍스와 바이낸스 측에서 지급해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6월 기준 고파이 원금과 이자는 현재 총 576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낸스는 고팍스의 고파이 상품 문제 해결을 포함한 인수계약을 체결할 당시, 고파이 원금과 이자 전액을 상환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고파이 미상환금액 총 700억원 중 25%는 1차 선지급됐다. 바이낸스는 나머지 75%에 해당하는 금액은 신고 수리 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한국 금융위가 등기 신고 수리를 해야 나머지 미상환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팍스 관계자는 “고정형은 이자 계산만 하고 있지만, 자유형은 가입 당시 이율로 현재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며 “이자는 보유 자산으로 지급하며, 자체 보유분이 부족할 경우 바이낸스가 보조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정형 상품은 규모가 크고 만기가 끝나도 이자가 계속 쌓인다”며 “당국에서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 고파이 원금과 이자 상환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