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우리‧신한은행 등 은행산업 전통 강자들의 대출시장 점유율(마켓쉐어, M/S)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대출시장의 강자로 평가받아온 KB국민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최근 5년새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함께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 등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통 강자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원화대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말 66.7%에서 2022년말 6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점유율은 0.7%에서 1.5%로 성장했다.
2018년말 은행별 대출시장 점유율은 KB국민은행이 15.9%로 2위인 신한은행과 2.9%p 차이를 보이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우리은행(12.9%), 하나은행(12.5%), 농협은행(12.4%), 기업은행(11.8%) 순서를 보였다.
2022년말 대출시장 점유율은 KB국민은행이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점유율은 15.0%로 하락했고 2위인 신한은행과의 격차도 2.1%p로 축소됐다. 2022년말 신한은행의 점유율은 12.9%로 0.1%p 하락하는데 그쳤다. 우리은행(12.9→12.2%)도 점유율이 0.7%p 떨어져, 점유율 방어에 성공한 하나은행(12.5→12.5%)에 업계 3위 자리를 내줬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이 늘어났다. 카카오뱅크(0.6→1.3%)의 경우 0.7%p, 케이뱅크(0.1→0.5%)는 0.4%p, 기업은행(11.8→12.4%)은 0.6%p 점유율이 증가했다. 2021년 출범한 토스뱅크의 2022년말 점유율은 0.4%를 보였고, 농협은행(12.4→12.4%)은 점유율 유지에 성공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업은행 등 특수 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국민‧우리은행의 점유율 하락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은행간 경쟁을 더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용대출을 대상으로 5월 31일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시했으며, 올해 12월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12월 주담대를 대상으로 가동에 들어갈 경우 시장 구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환대출 플랫폼이)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건당 취급 규모가 큰 상품의 경우 약간의 금리 차이에도 이자 절감분이 상당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출은 은행의 핵심 수익 사업으로 대출 자산 성장에 따라 은행의 수익이 변동한다. 이에 KB국민은행도 대환대출 전용상품을 만드는 등 대출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여기에 비은행 이익 창출을 위해 알뜰폰 사업을 추진하는 등 수익 다변화에 나선 상황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이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한 결과”라며 “시장 점유율 하락에도 은행의 수익은 꾸준히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장기적으로 기존 은행들의 대출 시장의 점유율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의 경쟁 촉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인터넷은행의 대출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