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이들이 상장한 총 19종의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규정하는 등 가상자산 업계에게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 업계에 견제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하락세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3일 기준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조584억1258만달러(약 1347조888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이달 초 시가총액 1조1346억9174만달러(약 1445조299억원)와 비교하면 100조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SEC가 바이낸스를 제소한 지난 5일과 비교하면 117조원 넘게 급감했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유명 알트코인에 대해 증권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SEC는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각각 제소하면서 이들에 상장돼 있던 19종의 코인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간 SEC가 증권으로 분류한 가상자산은 이번 19종을 추가한 것을 합하면 67개에 달한다.
만약 SEC의 주장대로 증권성이 인정되면 SEC 관리 범위에 속하게 되고, 이전보다 강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이는 해당 코인에게 악재로 작용하다 보니 가격하락이 이어지는 것이다.
19종의 코인은 바이낸스 발행 코인인 바이낸스코인과 BUSD를 비롯해 △폴리곤 △에이다 △솔라나 △파일코인 △샌드박스 △엑시인피니티 △알고랜드 △디센트럴랜드 △코티 △코스모스 △칠리즈 △플로우 △디피니티 △니어프로토콜 △대시 △보이저 △넥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SEC가 증권으로 지목한 코인들은 국내 거래소에도 다수 상장돼 있다. 국내 원화 거래소 기준으로 코빗 14개, 빗썸 12개, 업비트 12개, 코인원 9개, 고팍스 5개다. 다만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여부는 SEC가 아니라 대법원이 최종 결정할 사인인 만큼 소송 진행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증권 판단 여부는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자본시장법은 미국 증권법과 같이 증권을 포함한 금융투자상품을 열거하지 않고 개념을 추상적으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증권 판별 기준으로 사용하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에 따라 △돈이 투자되고 △돈이 공동의 사업에 쓰이게 되고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되는지 여부 등을 따진다.
반면 한국의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은 ‘내국인 또는 외국인이 발행한 금융투자상품으로서 투자자가 취득과 동시에 지급한 금전 등 외에 어떠한 명목으로든지 추가로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증권 여부를 판단할 때 명시적 계약·약관·백서의 내용에 더해 묵시적 계약, 수익배분 내용, 광고·권유, 약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SEC가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코인이 반드시 우리 시장에서도 증권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순 없다”며 “하지만 이번 판단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준 만큼 모니터링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