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청구 간소화’ 가시권… “보험료 폭탄” 우려도

‘실손청구 간소화’ 가시권… “보험료 폭탄” 우려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정무위 통과
의료계 “보험료 폭탄 우려” vs 금융당국 “전산화했을 뿐”
의료기관 협조 없인 ‘반쪽짜리’… 의사들 “보이콧” 예고

기사승인 2023-06-16 06:00:24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가 1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보이콧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은빈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법안이 14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두고 의약계는 국민의 의료정보가 보험상품 개발에 이용돼 결국엔 ‘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금 청구 양식 통일, 방법 간소화를 권고한 후 14년 만에 어렵사리 첫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서류 없이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전산을 통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는 보험 가입자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종이서류가 전자서류로 대체될 경우 번거롭게 서류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의약계와 환자단체, 시민사회에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자의 개인정보 보안을 담보할 수 없고, 환자의 의료정보가 넘어가면 결국 보험사의 지급 거절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무위 소속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배진교·강은미 정의당 의원,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민간보험사의 환자 진료 기록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 강화를 꾀해도 모자란 때에 거꾸로 민간보험에 환자의 의료 전자 정보를 넘기며, 보험개발원 같은 노골적인 보험사 연합체들에 환자 정보를 축적하게 만드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도 “보험업법 개정안이 굉장히 무서운 법이라는 것을 보험 갱신 기간이 돌아오면 환자들도 느낄 것”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는 법안 이름과 달리 실제는 싼값으로 본인의 건강 데이터를 보험사에 보내는 내용이다. 국민들은 1~2년 내에 보험료 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의료계 협조 없인 법안이 사실상 ‘반쪽짜리’가 되는 점도 문제다.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실손보험 가입자 진료 자료를 넘겨줘야 하는 것은 의무다. 그러나 이를 어겨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법안의 성패가 의료기관 동의에 달렸지만, 의약계 분위기는 냉담하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약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 통과 시 전송 거부 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자율적 방식을 선택해 직접 전송할 수 있는 내용의 명문화 △전송 대행기관 대상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개발원 제외 △보험금 청구 방식 간소화, 전자적 전송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비용 부담 주체 결정 등 선결 과제 논의를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 의료정보를 집적하지 않고 바로 파기하는 방식이다. 법에 명시돼 있듯 정보를 쌓아놓지 못하고, 용도 외 사용을 하지 못한다”면서 “종이로 하던 똑같은 내용을 전산화하자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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