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안면인식·AI’ 규제 도입…국내 금융권 영향은

EU, ‘안면인식·AI’ 규제 도입…국내 금융권 영향은

EU, 세계 최초 AI 규제법 협상안 통과…올해 내 통과 전망
‘안면인식 기술 선도주자’ 한국…금융사 ‘혁신금융서비스’만 14건
고객 편의성과 사생활 침해 그 사이…“가이드라인 마련할 시기”

기사승인 2023-06-24 06:00:15
서울 마포구 소재 GS25 월드컵광장점에서 신한 페이스페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신한카드 제공

EU(유럽연합)에서 조만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법안에는 AI를 활용한 안면 인식 등 원격 생체 인식을 전면 금지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금융업권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EU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안면인식 기술과 생체정보 수집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U, 세계 최초 AI 규제법 협상안 통과…올해 내 통과 전망

22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EU 입법부에서 하원 역할을 하는 유럽의회는 최근 본회의 표결을 통해 EU 27개 회원국에서 AI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 협상안을 찬성 499표, 반대 28표, 기권 93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AI 업체들에게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성형 AI 스타트업의 경우 EU 내 서비스 출시 전 당국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AI 업체들은 AI모델 데이터 훈련에 쓰인 저작물들이 무엇인지 출처를 공개해야 하고,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창작자가 인간이 아님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안면 등 생체인식 기술을 사용해 시민들을 감시하거나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EU는 올해 안에 3자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 법안 적용은 유예기간을 감안해 2026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집행위와 이사회, 의회 간 이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의회가 가결한 협상안에는 AI를 활용한 안면인식을 비롯한 원격 생체 인식을 전면 금지하자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이를 두고 집행위나 이사회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지의 이유에 대해서 민간 분야의 활용을 위함이 아닌 ‘국가 안보 및 군사적 목적 활용’을 근거로 꼽고 있기 때문에 결국 민간 분야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 개발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규제는 EU 뿐 아니라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최고인민법원에서 민간 부문의 안면인식 기술 활용을 규제하는 사법 규칙을 발표하는가 하면, 미국에서도 안면인식 기술 규제법안 제정 요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 선도주자’ 한국…금융 ‘혁신금융서비스’만 14건

이처럼 안면인식 기술과 AI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안면인식 기술의 ‘선도주자’라고 불릴 만큼 적극적인 활용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금융업권에서 안면인식 기술이나 생체인증에 대한 서비스 도입이 활발하다.

대체로 국내 금융권에서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들은 금융위원회가 4년째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인 ‘금융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되어 있다. 2019년부터 6월 말까지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사례는 총 238건인데, 이 중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것은 14개가 있다. 

국내 금융사들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와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2개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이외에도 △한화투자증권 △KB증권 △DGB대구은행 △코인플러스 △카카오뱅크 △토스증권 △토스뱅크 △하나은행 △부산은행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의 금융사들도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실명확인·계좌개설 서비스들에 이용하거나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비대면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인증 강화를 위한 차원에서 안면인식 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계좌개설이나 신분확인을 위해 금융사들이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면인식 기술, 고객 편의성과 사생활 침해 그 사이…“가이드라인 마련할 시기”

이처럼 국내에서 안면인식 기술 도입 사례가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과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는 미비한 만큼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안면인식 기술 규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는 이런 제언을 포함해 국내외 안면인식 기술 이용 현황과 규제 동향에 대한 분석 결과가 담겨있다.

보고서는 안면인식 정보가 생체인증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관련 기술 활용 요구 및 도입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면인식 기술 도입 사례가 늘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 기술 오류 가능성, 편향성 등 이슈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안면인식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해 수집과 이용 등에 있어서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는 정도다.

안명옥 디지털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안면인식 기술은 공공 안전, 보안, 신원 확인 효율성 측면에서 실질적 이점이 있지만 데이터 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편향성 및 차별성, 대규모 감시와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생체인식정보를 비롯해 안면인식 기술 활용에 대한 기업의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구체적 가이드 마련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해외 주요국의 AI 윤리 및 규제 동향을 면밀히 검토한 후 관련 산업 발전과 개인 인권 보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안면인식 기술 활용과 규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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