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긴축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에 이어 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섰으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영란은행(BOE)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p(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좀 더 확고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영란은행은 금리 인상 폭을 0.5%p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4.75%로 올렸다. 캐나다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올린 후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긴축 중단을 예고했던 국가다. 이에 3월과 4월 금리를 동결했지만 긴축을 재개했다.
캐나다은행에 앞서 호주중앙은행(RBA)도 지난 6일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호주중앙은행은 시장의 금리동결 예상을 뒤엎고 연 3.85%였던 기준 금리를 연 4.10%까지 0.25%p 끌어 올렸다. 호주의 금리인상 이유도 인플레이션이었다.
미국은 6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다만 미 연준은 금리동결이 숨고르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올 연말 최종금리 예상치를 5.6%(5.5~5.75%)로 제시한 새 점도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제시한 5.4% 수준에서 한 층 올라간 금리 수준으로, 예상치까지 두 차례 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예상치까지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5.00~5.25%에서 하반기 약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파월 의장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발언들은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파월 의장은 21일 “경제가 예상대로 간다면 그렇게(기준금리 두 번 인상) 보는 게 꽤 정확한 추측”이라고 발언했다. 다음날에는 “경제가 우리 예상대로 굴러간다면 올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며 아마도 두 번(perhaps twice)이 될 것”이라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대다수는 (최종금리) 근처에 왔지만 금리인상을 약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긴축행보가 계속되면서 시장에서 기대하던 금리 정점론은 다소 힘이 빠지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21일 뉴욕증시에서 다우는 0.30%, S&P500은 0.52%, 나스닥은 1.21% 각각 하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의 이러한 흐름을 주목하는 곳은 한국은행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로 0.25%p 올린 이후 동결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긴축 행보는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국내 물가 상승률 역시 연말 다시 3%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인상 압력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불안한 국내 경제 상황이 추가 금리 인상 발목을 잡고 있다.
한편 한은은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이와 관련해 6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올해 연말 2%대로 물가가 충분히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3% 가는 것도 확인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임을 반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