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신남방 정책’은 국내 유수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이 따라가면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들도 함께 시장 개척에 뛰어들게 됐고, 은행들에게 동남아시아 시장은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는 실적에 큰 도움을 줬다.
이 중 잠재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된 캄보디아도 그간 국내 은행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줬지만, 올해 초 들어 실적 증가폭이 한 풀 꺾인 모양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1분기 성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에 영업점, 현지법인 등의 형태로 진출한 주요 금융사들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이 있다.
먼저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영업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의 1분기 실적이 떨어진 모양새다. 우리은행 현지법인 캄보디아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487억원) 대비 22.8%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캄보디아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3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13.9% 감소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해외법인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신한은행도 캄보디아에서의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68억6100만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39억14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동남아시아 법인 중 가장 큰 신한베트남은행의 실적 (675억6100만원, 67.5%)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기록이다.
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그간 국민은행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유일하게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가 ‘효자’ 노릇을 해왔다.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실적은 594억원에서 462억으로 약 22% 가량 순이익이 감소했다. 여기에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뱅크)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JB금융도 캄보디아에서의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9.6% 감소한 66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이 캄보디아에서 1분기 성적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DGB대구은행에서는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0년 상업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현지진출에 나섰다. 지난 1분기 대구은행 캄보디아 법인 ‘DGB뱅크’의 순이익은 37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도 5012억원에서 6018억원으로 20.1% 늘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현지에서 타행보다 조금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게 있는데, 이게 만기가 안돌아 온 것도 있고 기업자금대출에 집중하는 등 다른 영업전략을 구사한 것이 순이익 증가에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캄보디아 현지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2분기부터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에서 시중은행들이 실적감소를 피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캄보디아 내의 경제상황이 좋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캄보디아의 국내총생산(GDP)은 –3.1%로 역성장했다. 지난 2021년과 작년에는 각각 3%, 5%대로 반등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연도(7%대)와 비교하면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캄보디아에서 선호되는 ‘고정금리형 대출상품’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캄보디아 금융소비자들은 대출을 받을 때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성이 있는데,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조달금리가 증가하자 자연스럽게 이자마진이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캄보디아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연체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각 법인들이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