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현상으로 유통업계는 하반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류·화장품 업종의 엔데믹 특수가 예상보다 저조해 업황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 유통산업에 속하는 섬유·의류·화장품 업종의 3분기 전망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섬유·의류는 75, 화장품은 93이었다.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회복세를 보였던 내수 소비도 둔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선제적인 통화정책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를 살리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전 분기 예상치와 대비되는 모양새다. 앞서 대한상의가 조사한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 조치와 중국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화장품 업종은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 속에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역기저효과 등으로 다시 높아져 연말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데믹으로 고조됐던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재개)이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청년층 실업률 증가 및 재화 소비 둔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계 전망은 좋지 못하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인들의 화장품 소비가 늘지 않는데다 한·중 갈등으로 반감이 커지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중국 따이공의 의존한 매출이 높았기 때문에 회복세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오히려 중국 매출의 의존도가 낮은 중견 및 중소 브랜드가 입지를 넓히며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개 업황은 빠른 시일 내 반등하거나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대내외적으로 급변하는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다양한 옵션에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