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올해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124명에 이른다. 지난해 동기(97명) 대비 28%가량 증가했다.
온열질환, 한랭질환 뿐 아니라 감염병 유행,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가 건강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만큼 건강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합동으로 4일 서울 강남구 보코서울강남호텔에서 ‘기후위기가 내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제7차 미래 건강전략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은 보사연이 전개한 ‘기후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강 문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온열질환 65.6% △감염병 63.7% △천식·호흡기질환·알레르기 55.7% △한랭질환 38.0% △피부 및 눈 질환 37.7% 등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정신질환 17.9% △사망 17.7% 등은 비교적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인식과 달리 기후변화로 겪을 수 있는 건강문제는 다양하다. 채 센터장에 따르면 △극단적 고온와 저온에 노출되면 온열·한랭질환을 일으킨다. △미세먼지, 오존 등 대기오염은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 변화는 곤충·동물 매개 감염병,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신종 감염병을 야기할 수 있다. △홍수, 태풍, 가뭄 등 기상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상해,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다.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태풍, 홍수 등 기상재해는 급성 스트레스, 트라우마 반응,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사막화, 침식, 생물다양성 감소는 장기적으로 슬픔, 무기력, 불안을 불러오고 주변환경으로 인한 우울감이 발생할 수 있다.
채 센터장은 “기후변화는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결이 돼있기 떄문에 우리가 쉽게 파악하거나 경험적으론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감시체계와 모니터링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해서 건강 피해를 입증하고, 이를 토대로 평가보고서를 발간해 근거 기반 장단기 로드맵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가장 더웠던 해가 2018년이다. 온열질환 중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 열사병인데, 당시 50여명으로 집계가 됐지만 실제 사망자는 200여명으로 추산된다”며 “폭염은 온열질환도 발생시키지만, 탈수가 오면 신장도 영향을 받아 만성질환이 악화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피해 규모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상혁 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도시에 나무를 심으면 기온 상승으로 인한 사망률을 39% 줄일 수 있다는 유럽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현재는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얘기하는데, 기온이 상승하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된다면 정책 개발을 할 때 좀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건강증진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김상협 공동위원장은 “기후위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고, 직접적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라며 “기후위기를 고려해 건강정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이를 토대로 건강정책에 실효적으로 접목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6월 탄녹위에서 ‘제3차 국가 기후 위기 적응 강화대책’을 심의·의결하고 취약 어르신의 건강관리서비스, 국가 트라우마센터를 통한 기후재난 심리지원 등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서면 환영사를 통해 “기후변화는 국민 건강의 주요 결정요인”이라며 “오늘 포럼을 계기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강증진정책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