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중 원장이 본 ‘아동인권 현주소’… “아동기본법 제정해야”

정익중 원장이 본 ‘아동인권 현주소’… “아동기본법 제정해야”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인터뷰
“아동 권리 증진 위한 ‘방정환 역할’ 기관으로 기능”

기사승인 2023-07-12 20:07:11
소풍을 나온 아이들이 즐거운 얼굴로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어린이에게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소파 방정환 선생이 발표한 세계 최초 어린이 인권선언의 일부다. 아이도 어른처럼 독립된 사회 구성원이자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천명한지 100년이 지난 지금, 아동 인권의 현주소는 어떨까.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보장원에서 진행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아동 권리 관련 선언을 한 곳”이라면서도 “그런데 현재 아동 권리 측면에서 가장 앞서고 있나,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당사국이지만 국내 이행법률이 없다. 국가와 사회의 책무를 명시해 아동정책의 기본 이념을 제시하는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에 부딪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정 원장은 “현재 제정 논의는 잠시 멈춰있는 상황”이라며 “반대하는 분들을 만나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동을 돌봄과 보호의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로 시각이 바뀔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재 아동 학대나 복지와 관련한 법률은 아동복지법, 영유아보육법 등이 있다. 그러나 기존의 법은 아동을 보호나 교육의 대상으로 보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한 아동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정책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아동권리보장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동기본법에는 생존권, 발달권,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비롯해 참여권, 놀 권리 등이 포괄적으로 명시될 방침이다. 정 원장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은데, 부모가 동의하지 않아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현재도 부모 동의가 없어도 병원에 갈 순 있지만, 이를 병원도 부모도 아동도 모르기 때문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상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아야 할 권리인 ‘놀 권리’ 보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삶의 여백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뛰어올라갈 수 있다”면서 “학습이 지나치게 강조된 분위기가 있는데, 이를 다소 완화해 아이들이 문화·예술·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아동들이 정책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도 피력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아동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심지어 아동 정책을 설계할 때 아동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아동도 정책 당사자로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정 원장은 “‘아이 번역기’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었다.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아동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짧은 문장, 쉬운 어휘로 발달장애인 정보접근성을 높이는 ‘이지리드’와도 맞닿아있다. 허들이 낮으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혜미 전 원장에 이어 지난 4월 제2대 원장으로 취임한 정 원장은 “우리 사회가 아동의 권리보장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로 진화하도록 이 시대 ‘방정환 선생’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아동 권리 증진의 플랫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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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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