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오전 7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일선 병원들에 비상불이 켜졌다. 필수의료 인력을 유지하며 환자 피해가 없도록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됐을 경우를 우려하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노조는 산하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의료기관)은 이날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와 주 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이후 19년만이다.
파업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이다. 이른바 ‘빅5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중 파업 참여 의료기관은 없지만 서울의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과 경기의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 노조가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참여 병원들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유지에 나섰으나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인해 외래나 병동 간호사가 많이 빠졌다”며 “아무래도 환자 불편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인력 근무는 유지되고 있고 수술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응급실을 통한 입원은 힘든 상태”라며 “여러 불편이 초래되겠지만 인력들을 현장에 투입해 환자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외래·입원 환자 모두 진료하고 있다. 타 병원처럼 환자를 전원하고 있지는 않고, 수술은 급한 환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병원 차원의 대응계획은 이번 주말이 지나야 확고해질 것 같다”고 했다.
이화의료원 측은 이대서울병원, 이대목동병원 모두 외래진료와 입원이 큰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화의료원 관계자는 “금일 총파업에는 의료원 노동조합 간부 대의원만 참여하며 이대서울병원, 이대목동병원 조합원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해 외래진료와 입원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지만 단체교섭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로선 걱정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제일 걱정이 큰 건 환자들이다. 환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혹시라도 중증 환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이번 파업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해 수술과 입원을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보건당국과 노조가 합의점을 찾아서 환자 피해가 없도록 원만히 풀어야 하는데 너무 강대강 대치 상태 같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까지 환자들로부터 피해가 있다고 연락 온 건 없다”면서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환자들, 특히 중증 환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모쪼록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속히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