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나이만 어리지, 하는 짓이 거기서 거기”
청년 세대의 대변자를 자청해 정치권에 발을 들인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정치보다 더한 ‘편 나누기’ 구태 정치를 보이고 있다.
이제 막 발을 떼고 힘을 받기 시작한 청년 정치의 무용론이 제기될까 우려스럽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청년 정치의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다. 민주당은 김남국 코인 논란으로 촉발된 젊은 청년 정치인들의 계파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을 필두로 한 청년정치인들은 지난 5월 12일 돈봉투 살포 의혹과 가상자산 투기 논란으로 땅에 떨어진 당의 윤리성 회복을 위해 당 쇄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불편감을 느낀 강성 지지자들은 소신 발언한 청년정치인들을 불특정 다수가 모인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등 집단 구타의 행태를 보였다.
양 위원장 반대편에 선 당내 청년 세력들은 사퇴를 촉구하는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 위원장 주도의 기자회견 의견수렴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거침없이 저격했다. 당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졌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들을 향해 ‘비명’ 또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 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지웅 고양정 대학생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대학생·청년당원 의견그룹을 표방한 ‘파동’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반(反) 대학생위원회 활동을 전개 중이다. 각종 유튜브 채널에 나가서는 양 위원장을 향한 저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정당 교류 차원에서 실시된 청년정치인들의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에 딴죽을 걸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인도네시아 청년 외교 단체 간담회를 이유로 출국했다. 속속 공개되는 사진을 봤을 때 간담회를 빙자한 관광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세상 편하게 사는 전대위, 이젠 기대감도 들지 않는다”고 당 대학생위원회를 저격했다.
국민의힘도 자유로운 청년정치 환경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한 청년정치세력이 전당대회 이후 ‘자의 반 타의 반’ 당 밖으로 밀려나면서 청년 분열 사태를 거쳤다. 서로 교류하면서 생각을 나누던 청년정치인들도 이제 계파를 정하고, 내외하고 있다. 아울러 당에 생존한 청년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최근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는 얘기가 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한 청년들과 김가람 최고위원 측 청년 세력들이 알게 모르는 알력 다툼 얘기가 있다”며 “고루한 기성정치를 답습하는 전혀 청년답지 못한 모습”이라고 일갈했다.
다양성 존중은 남의 얘기…“촛불집회 왜 안 나와” “尹비어천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청년 세대의 기본적인 시대적 공감대다. 하지만 정치권에 진입한 청년정치인들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민주당 청년들 사이에서는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두고도 때아닌 사상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윤석열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이를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 청년 당원 그룹에서 이러한 갈등 양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의힘도 ‘윤(尹)비어천가’를 부르지 않는 이상 청년정치인으로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친윤’ 인사들이 당을 장악하면서 그러한 경향은 더욱 커졌다.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당내서 활동해온 익명의 한 청년 당원은 쿠키뉴스에 “전당대회 이후 당정일체가 특별히 더 강조되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사망했다고 보면 된다”며 “조금이라도 윤석열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내면 배척당하는 분위기다. ‘친윤’을 넘어 ‘극윤’하지 않으면 약자인 청년정치인들이 당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