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시행 2개월여를 앞두고 의사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들 계획이다. 의료진의 초상권,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에 대한 헌법소원 진행을 위해 청구인을 모집하고 있으며, 청구인을 모집하는 대로 헌법소원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8월31일 국회를 통과,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고(故) 권대희씨 사망사건을 발단으로 의료사고 입증 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 받을 환자의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법안이 제정됐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 불안감이 커지자, 의협이 ‘헌법소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협 내부에서 그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관한 대응이 미진했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CCTV 설치 의무 법제화에 대해 의협 집행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헌법소원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침해, CCTV 영상 유출 우려 때문이다.
김 이사는 “직업인으로서 일터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건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게다가 수술실에선 아주 작은 차이로도 장기가 손상될 수 있는데, CCTV가 설치되면 의사가 긴장해 손을 떨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소재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 환자들의 신체가 노출된 영상이 유출된 사건을 언급하며 영상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 이사는 “수술실에선 대부분의 환자가 나체 상태다.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해킹돼 정보가 유출될 경우 이를 의료기관에서 막을 대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용적인 부담도 존재한다. 그는 “정부에서 CCTV 설치 비용의 50%를 지원한다고 해도 의료기관에선 부담이 된다”며 “감시당하는 것도 부당한데 50%를 부담해야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의사 출신이자 의협 회원인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는 “위헌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해,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법안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CCTV 촬영 의무 예외사항을 명시한 시행규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의 법안 시행규칙은 촬영 거부 사유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해 입법 취지를 실현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특히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일 경우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은 현재 구체적 기준이 없어 병원이 촬영 거부를 위해 핑계를 댈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시행규칙의 영상정보 보관기준이 지나치게 짧아, 오히려 의료소송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30일은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기간이다. 30일 사이 의료사고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변호사 입장에선 의심만 돼도 CCTV 확보를 위해 형사고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도 “만약 선량한 의사만 있었다면 CCTV가 있든 없든 환자가 불안에 떨진 않았을 것”이라며 “의료계 내부의 자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법안인 만큼 헌재에서 인용될 린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