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2.00%p가 됐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추가 인상에 발을 맞춰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지, 부동산PF 등 국내 금융불안에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한 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의 예상대로 7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0%가 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고 지난 6월 한 차례 금리를 동결했으나 이번에 다시 인상을 재개했다. 연준이 연내 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번 금리 인상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상 직후 성명에서 “최근 지표에 따르면 경제 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며 “일자리 증가세가 견고하고 실업률 또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물가 상승 수준은 여전히 높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이어 “통화정책의 적절한 입장을 평가할 때 경제 데이터를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며 “위원회의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하면 통화 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3.50%)과 미국(최대 5.50%)의 금리 격차는 무려 2.00%p까지 벌어지게 됐다. 한국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역대 최대 역전 차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를 비교하면 한국이 높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에 투자하려면 미국보다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미 금리 역전 차가 커질수록 시장에선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금리 차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p로 이 역시 최대치였지만, 당시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엔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입됐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은 29조2000억달러 순유입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달 순유입 규모가 5월의 25% 수준으로 급감한 데다, 주식만 보면 자금이 3월(-17억3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순유출(-3억1000만달러)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한은이 하반기 금리인상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대출금리도 함께 오른다.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부동산PF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선 쉽게 금리를 올리는 선택을 할 수 없다.
여기에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경제는 지난 2분기 수출이나 소비 증가가 아닌 수입 급감의 영향으로 0.6%(전기대비) 성장하는데 그쳤다. 여기에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효과마저 미미하다. 고물가·금리에 짓눌린 소비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에서는 신중론을 내비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과거 수차례에 걸쳐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그는 지난 13일 금통위에서도 “환율이라는 것이 이자율(금리) 격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 한국 반도체 경기 등이 좀 나아지면서 외국에서 채권도 들어오고 외화 수급 사정도 개선되고 하다보니 환율이 금리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방향이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7월 이후 미국이 또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한은으로선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게 금융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제주포럼 강연에서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어,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사실상 격차가 훨씬 커져 외환 시장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