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때리기’에 나섰지만, 당내 인사들의 연이은 ‘일탈’로 힘이 빠지고 있다. 강하고 유능한 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이기 위해 연신 노력 중하지만, 일부 인사들의 어이없는 ‘실수’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수해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부적절한 발언이나 일정 등이 구설에 올랐다. 원내 지도부의 해외 출장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정을 핑계로 출국하는가 하면 정쟁에만 매몰돼 국민 정서와 반하는 발언으로 당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박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 4인은 지난 23일 4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당 지도부가 앞서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린 상태였지만 이미 예정된 의회 외교라는 이유로 출국한 것이다. 국내 수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꼭 갔어야 했느냐는 비판이 잇달았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인도 출장단에 포함됐지만 당 지도부의 해외 출장 자제령에 따라 출장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대조를 이뤘다. 논란이 일자 박병석 의원을 제외한 박정·최기상·윤준병 의원 등 3인은 25일 조기 귀국했다.
김의겸 의원은 정쟁에 매몰돼 상대 진영에 대한 공세적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빗대 비판한 것이지만 수해 유족들의 마음을 고려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받았다.
김 의원은 본인 발언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8시간 만에 페이스북을 통해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은 제 불찰”이라며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원외 인사이긴 하지만 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광역시장도 22일 유럽 출장길에 올라 비판 대상에 올랐다. 세계양궁연맹 총회 참석 등 일정을 위한 것이지만, 출국 시점 당시 호남에 많은 비 예보가 있던 상태였다는 점이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와 같은 잦은 실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불통과 무능을 지적하고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치단결된 가운데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야 하나 잦은 실수로 ‘여야 모두 똑같이 실망스럽다’라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나오는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30% 이상이 나온다는 점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당의 원로인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민주당이 정부 여당의 잘못을 더 신랄하게 지적하고 문제 제기하려면 스스로 단속하고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최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폭우 상황에도 의원들이 외국 나갔다가 얻어맞고 들어오고, 또 현 광주광역시장은 기상예보에도 해외 출장에 나서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며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줄이는 것 또한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만약 내가 혁신위원장이었다면 호우 때 해외 출장을 떠난 의원들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을 징계하라고 당에 얘기할 것 같다”며 “민주당이 과연 폭우 중 귀국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간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