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가 연달아 청년세대를 만나 한국정치의 ‘미래 혁신’에 대해 얘기했다. 기성 정치 문법과 다른 청년들의 생각들이 대거 나왔으며, 혁신위는 이를 정리해 당에 전달할 방침이다. 그간 정치권이 담지 못한 청년의 요구를 혁신위가 혁신안으로 담아낼지 주목된다.
김은경 혁신위는 3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청년들을 초청해 청년좌담회를 가졌다. 청년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25명의 청년이 참석했다.
최근 진행 중인 혁신위 지역 간담회를 통해 40대 이상 세대의 의견 수렴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얼굴을 비치지 않는 청년 세대들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공론 단체를 통해 나이·성별·지역 등을 안배 청년 참가자들을 선정했다.
지난 14일 첫 투표권자 청년들과 만난 혁신위가 연이어 청년세대와의 소통으로 내년 총선 캐스팅보트’로 떠오르는 청년층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기성 정치권을 향한 청년세대의 비판적 의견들이 대거 등장했다. 정쟁이 아닌 정책을 보여달라는 현실적 얘기부터 진보 보수 등 이념은 청년 세대에게는 전혀 다가오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우선 청년들은 정책 없이 소모성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치가 삶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는 데 크게 공감했지만, 현재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조차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좌담회에 참가한 한 청년 참가자는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인 듯한데 여소야대 국면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서로 싸우기만 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 정책적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참가자도 민주당의 정책들이 인기 영합주의적 성격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박성진 혁신위원의 전언에 따르면 한 참가자는 “민주당의 정책들이 신호등 치킨처럼 순간적인 인기만 얻으려는 듯하다.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것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권의 논리가 청년 세대에게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종북주사파’ 등 때아닌 이념 논쟁인 정치권에서 한창인 가운데 어떤 이념이 맞느냐를 논하기보다 현실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 등을 더욱 고민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얼마 전 결혼한 신혼부부라고 밝힌 참가자는 “미래를 계획하고 희망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며 “가정 만들고 아이를 키우기를 바라는데 지금은 안개같이 앞이 안 보인다”고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어떤 계획을 세워 살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각자의 삶에 맞춰 구체화 된 정책들로 우리 청년세대가 살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김남희 혁신위원은 31일 쿠키뉴스에 “기존의 정치가 2030 젊은 세대들의 시선에는 와 닿지 않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며 “얼핏 보면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기만 하다고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치에 대한 낮은 효능감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특히 30대에 대한 청년 정책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가슴 아팠고 공감이 갔다”며 “30대 청년들은 정치가 자신들의 삶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소통도 하지 않는다는 많은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혁신위는 청년 친화적 행보를 계속 이어간다. 약 2주간 준비를 거친 청년 연구단체 ‘미래혁신단’이 31일 본격 가동해 내달 20일까지 3주간 미래를 위한 정책 리포트를 만들어 낼 방침이다. 청년들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혁신안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혁신위 차원의 구체적 논의도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