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도 정체되면서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들의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소상공인 위탁보증’을 대거 실시했는데, 부실이 커지면서 금융권의 우려를 사고 있다.
31일 신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 위탁보증의 총공급액은 7조4309억원이며 누적 부실률은 올해 6월 기준 9.17%로 집계됐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게 신속히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신보가 보증을 서주고 대출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2020년 5월부터 3년간 시행됐으며, 소상공인 개인당 최대 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2년 거치, 3년 분할’ 조건으로 시행된 위탁보증 프로그램은 지난 달부터 본격적인 원금 상환이 시작됐다.
해당 상품은 소상공인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보증을 서준 신보가 대신 은행에 빚을 갚는 구조다. 코로나19 시기가 지난 현재 국내 경제가 원활한 ‘연착륙’에 성공했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2020년 0.2%에 불과했던 부실률이 2021년 1.7%, 2022년 3.9% 등으로 증가세를 그리다 올해 들어 전년대비 2배 이상 치솟으며 부실률이 약 10%에 육박하게 된 상황이다.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한 가운데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원금상환이 시작된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정부의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이 도래하는 오는 9월 이후에는 연쇄 부실 우려도 나온다.
이는 신용보증기금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2023년 말 부실 및 대위변제 예상액과 2027년 전망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당시 3780억원으로 추정한 부실금액은 오는 2027년 6555억원으로 약 2배 수준으로 급증하고, 대위변제액은 3646억원에서 585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이번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누적부실률은 14.02%로 6월 현재 9.17% 대비 4.85%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보증기금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역 신보 대위변제율·대위변제액·신규보증공급액 현황’ 보고서를 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17개 지역 신보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신 갚아야 하는 대위변제율은 3.3%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이 정점에 달했던 2012년 4월 수치인 3.0%를 넘어선 것이다. 상승추이를 보면 지난해 12월 1.0%였다가 올해 1월 2.4%로 급등한 뒤 2월 2.4%, 3월 2.7%, 4월 3.0%, 5월 3.1%, 6월 3.3%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보는 대위변제 부족재원 충당을 위한 증액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위탁보증 상환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경기침체로 많이 취약한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가다보니 일반보증보다 부실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에 소상공인 대신 갚는 빚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고려해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기재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소상공인들이 무너질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연쇄부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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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