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특별전형을 신설하면서 지방 출신 의과대학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학년도 26개 지역 의과대학 합격자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전체 합격자 2066명 중 52.4%인 1082명이 지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전체 의과대학 정원의 35.4%에 해당한다. 심지어 지방의대가 공고한 지역인재 특별전형 모집정원 963명보다 119명이 많다.
지방의대에 해당 지역 출신 학생 합격률이 높아진 데에는 지난 2015년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부터 시행된 지역인재특별전형은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충청, 호남 권역의 경우 전체 합격자의 30%, 강원과 제주 권역은 전체 합격자의 15%를 지역 출신으로 뽑도록 권고한다.
2023학년도부터는 경북, 부산·울산·경남, 충청, 호남 권역은 전체 합격자의 40%, 강원과 제주 권역은 전체 합격자의 20% 이상을 지역 출신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의무화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50%까지 확대할 의지를 보인다.
2018∼2023년 6년간 26개 지역 의과대학 전체 합격자 1만1741명 중 45.5%인 5340명이 지역 출신으로, 해당 지역 의대에 합격했다. 지역 출신 합격자는 집계를 시작한 2018년 721명, 2019년 845명, 2020년 889명, 2021년 856명, 2022년 947명, 2023년 1082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2023학년도에 지역 출신 학생이 해당 지역의대에 입학한 비율은 부산대학교(81.6%), 동아대학교(80.4%), 전남대학교(77.2%), 조선대학교(64.1%), 경상국립대학교(63.3%) 순으로 높았다. 다만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가톨릭관동대학교 등 강원권 2곳은 지역 출신 합격자 비율이 각각 18.6%, 14.0%로 의무 비율 20%를 채우지 못했다.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지역의대에 들어가려면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전 과정을 입학부터 졸업까지 해당 지역에서 마쳐야 한다. 전북대 의대의 경우 학생이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 전북지역에 거주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26개 지역 의과대학에 합격해서 입학하는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이 늘어나면서 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의료계의 활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지방대학 병원들은 다른 지역 학생들을 선발해 공들여 키웠지만, 졸업 후 상당수가 지역 의료기관을 외면하고 수도권 병원으로 떠나버려 우수 의료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 의원은 “취약지 의사 인력 수급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역인재특별전형은 의료서비스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역 출신 의대생이 의사면허와 전문의 취득 후 지역에 남아서 공헌함으로써 지역의료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게 의사 양성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졸업 후 의사들이 지역에 남아 활동할 수 있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할 경우 연고가 있는 지역에 남아 일할 가능성이 높아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협력병원을 통해 수도권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편법적 방식’에 대해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대 의대의 경우 예과 1년만 울산에서 공부하고, 예과 2년 차부터 본과 4년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이에 교육부 권고로 울산의대는 2023년 신입생부터 울산에서 4년 이상 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6년 말까지 울산 본교에 강의동 건물을 신설해 실험 실습, 임상 등도 울산에서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전 국장은 “연고는 울산이라도 본과 때부터 서울에서 수련을 받으면, 서울 중심으로 삶이 조직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대 역할을 위해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선발 뿐 아니라 지역의대 출신이 해당 지역에서 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의사제나 공공의과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