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이 간병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 해결책으로 동남아시아 등 외국에서 온 간호사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다만 필요성을 갖는 요양 현장의 상황과는 달리 근로 규제, 부처 간 입장 차 등으로 인해 제도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요양병원 인력난 심화… “‘간호사 출신’ 외국인 간병사 도입 필요”
최근 고령화,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 돌봄이 쉽지 않아 요양병원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요양을 맡을 인력은 제한적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 인력의 유입마저 줄면서 요양병원 내 간병사 수급 문제가 심화됐다. 요양병원들 사이에서는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는 간병사가 줄다보니 요양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현재 일반적인 요양병원은 6명의 환자를 간병사 1명이 돌보고 있다. 인력의 상당수는 50~60대 조선족 등이 차지한다. 이들은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문적인 자격증이나 교육 이수 여부를 따질 수 없다.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간호 인력을 들여와 교육을 거쳐 현장에 내보내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으로는 병원에서 간병사 직접 고용이 어려워 용역업체를 이용해 인력을 뽑는다. 대부분 조선족, 중국인이며 최근엔 인력이 부족해 몽골, 러시아인까지 뽑고 있다. 체계적으로 훈련이 안 된 분들이 대다수지만 문제가 생겨 바꾸려 해도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업체의 말만 되돌아온다. 어느새 간병사가 갑인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간호대학 출신의 동남아시아 인력이 한국에 들어와 직역과 무관한 일들을 하고 있다”며 “간병인으로서 일할 수 있도록 이들의 비자를 풀어주고 간호·문화·언어 교육을 지원한다면 간병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노 홍보위원장은 “정부는 초고령 사회가 오기 전 간호사 출신 외국인 간병인을 도입하고, 의료직역단체와 교육에 필요한 부분을 논의해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격 미달’ 간병인에 골머리… “서비스 전문성 강화해야”
요양 현장은 몇몇 간병사들의 무책임한 행위 탓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현장에서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외국 전문 인력 수급과 체계적 교육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북 지역 요양병원 6년차 간호사 임보현(가명·32세) 씨는 “환자를 함부로 대하는 간병사에게 문제를 지적하면 바로 짐을 싸서 나가버린다. 어디든 갈 데가 많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간호사와 환자만 힘들어진다”며 “간호사 출신 외국인 간병사가 간혹 있는데, 확실히 전문성이 느껴지고 다른 간호사들도 맡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다만 나라 간 간호 방식에 차이가 있어 서로 이해나 조율이 필요하다. 간호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간병사에 대한 자격 검증, 교육 체계가 확실히 잡혔으면 한다”고 전했다.
치매를 앓는 80세 모친을 요양병원에 맡긴 김재민(가명·58세) 씨는 “전에 이용했던 요양병원에서는 개인 외국인 간병사까지 뒀는데 관리가 미흡해 욕창이 생겼다. 밤마다 시끄럽다며 수면제를 처방받아 어머니에게 먹이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 아침에 또 수면제를 먹였다고 한다”며 “결국 돈을 더 들여 한국인 간병사를 어렵게 구했다. 외국인이라도 상관없으니 전문 경력을 갖춘 젊은 인력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6세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서 지낸다는 김희진(가명·32세) 씨는 “요양병원 간병사는 대개 조선족이거나 중국인인데 말이 안 통하고, 체계적으로 교육 받은 것 같지도 않다. 간병 일을 했다는 물리적 근속 시간만을 경력으로 들이미는데, 전문적으로 돌보는 것도 아니고 환자만 무방비하게 놓여진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도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간호사 출신 외국 인력이 있다면 돈을 더 내더라도 이용할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간병사·요양보호사 지원업체 관계자는 “동남아 출신 간호사들은 한국으로 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관심이 높다. 하지만 한국은 취업 비자가 허용되지 않아 대부분 일본, 미국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 간병사 부족 실태를 해결하려면 외국 인력 도입 확대가 필요하다. 간호사 등 전문 자격을 취한 사람이라면 이용자도 더 관심을 갖는다. 외국 인력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인만 취업 가능한 비자… 법무부·복지부 엇갈린 입장
그러나 외국 간병 인력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방문취업비자(H-2)와 재외동포비자(F-4)로 제한돼 있는 규제가 풀려야 가능하다. 중국을 제외한 필리핀, 베트남 등 16개국의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E-9)는 현실적으로 간병인 취업이 불가능하다.
법무부는 외국 간호사 출신 간병 인력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6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사적 간병비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여했던 한 법무부 관계자는 “법적인 내용들의 실마리가 풀린다면 외국인정책본부는 외국 간병인 도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다. 복지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외국인을 데려와 한국 면허를 부여한다고 하면 이해관계가 얽혀 걸림돌이 나타날 것”이라며 “향후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복지부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일 쿠키뉴스에 “(외국인 간호사의 간병인 활용은) 법무부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복지부는 전국 요양병원 간병 실태조사를 올해 시작하고, 간병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아직 정부에서 검토 중인 사안으로 입장을 전달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내고 내용을 전달해 온다면 그 때 논의해보겠다”고 전했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이사장(前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간호사 출신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향후 내국인과 비교되는 임금 조건, 인권 등에 대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에 대한 비자를 확대해주되 간병인에 대한 법적 테두리를 마련해 간병비·자격·교육 기준 등을 법령으로 명시해 전문화된 간병인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