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경남 진주시 건축사 9명이 영업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상주감리 불이행. 이들은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이른바 ‘페이퍼 감리’였다. 당시 관내 절반인 40개 건축사사무소가 행정처분을 받았다. 8년이 흐른 지금, 진주시는 조금 느슨해졌다. 정기적으로 검사는 한다. 단속 수준은 아니다. 지역이 ‘안정’을 찾았고 무엇보다 번거로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공사장 점검을 분기별로 나가면 감리도 입회해야 하니까 그때 근무를 잘 서는지 한꺼번에 확인 한다”며 “상주감리 실태만 따로 점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엔 불시에 점검한 것 같다. 상주감리를 서류상으로만 배치시키고 지키지 않은 사례가 횡행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며 “점검을 나가면 잘 배치돼있고 제재 이후에 어느 정도 안착이 됐다는 판단에서 이 이상 불시 점검이 없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상주감리 불이행 심각…전국현상”
진주시 행정은 혁신을 이끌지 못했다. 8년이 흘렀어도 업계엔 ‘상주감리’로 계약을 맺고 사람을 쓰지 않는 관행이 남아있다. 한 기술인은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정도가 더 심하다”며 혀를 찼다. 그는 “최근 정부나 지역에서 조사를 안 하는지, 이젠 대놓고 감리가 상주를 안 한다”라고 말했다.
증언에 따르면 상주감리 실태점검은 매우 허술하다. 지자체가 시공사에 점검일자를 알려주면 감리는 당일만 현장에 모습을 비추는 식이다. 심지어 시공사가 메일로 상주감리에게 서류나 사진을 보내면 현장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감리를 한다.
건축법시행령을 보면 공사감리는 수시로 또는 필요할 때 공사현장에서 감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감리는 또한 건축분야 건축사보 한 명 이상을 전체 공사기간 동안 토목·전기 또는 기계분야 건축사보 한 명 이상을 각 분야별 해당 공사기간 동안 각각 공사현장에서 감리업무를 수행하게 해야 한다.
이 기술인은 “상주감리로 계약해 놓고 실행하는 업체는 보기 힘들다. 하물며 비상근 감리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건 전국적인 현상이다”고 말했다.
국토부 “시행령 개정, 전산화 등 제도개선”
감리는 건축물이 설계에 맞게 시공됐는지 확인하고 품질·공사·안전관리를 지도, 감독하는 중요 업무다. 감리가 허술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돌아간다. 불법이 공공연한 이유는 건축주와 건축사가 비상주 묵인을 대가로 감리를 저가로 계약하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부실사업으로 논란이 된 이권 카르텔(담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대적인 실태조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도 관련 제도를 손보고 있다. 감리자가 감리원 배치신고 시 해당 감리원과 함께 서명 날인하도록 절차를 강화하고, 감리중간보고서 제출시기를 세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허가권자와 대한건축사협회가 건축사보 배치현황을 확인해 이중 배치 여부를 검증하도록 주체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감리원 배치현황 제출 등 업무절차를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과 연계해 전산화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실태조사를 한 차례 했고 그 과정에서 감리보조원을 다수 현장에 이중 배치하는 미비점이 있었다”라며 “시행령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있고, 전산시스템을 구비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