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증권가에 따르면 손해보험업종은 규제 불확실성 확대로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보험주는 지난 5월11일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발언 이후 하락을 거듭하다 최근 소폭 오름세로 바뀐 흐름을 보이고 있다.
DB손해보험 주가는 4일 전일 대비 1600원(2.11%p) 오른 7만7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DB손해보험 주가는 지난 4월25일 장중 52주 신고가인 8만7400원을 기록하면서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다 5월12일 하락 전환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7만500원으로 저점을 찍고 이후 천천히 오르는 모양새다.
현대해상은 4일 전일 대비 5.03%p, 1450원 오른 주가 3만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해상은 5월11일 52주 신고가인 3만8700원을 찍은 뒤 지난달 26일 2만7250원까지 내림세를 거듭했다. 이후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같은날, 전일 대비 7500원(3.13%p) 오른 24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화재 주가는 지난달 13일 장중 52주 최고가 24만8500원을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제시에도 업계 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지난 5월11일 보험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간담회를 열고 IFRS17와 관련해 보험회사의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산출에 필요한 계리적 가정의 세부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부풀리기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전진법, 소급법을 두고 보험사 간 의견이 갈리자 결국 금융당국은 지난달 원칙적으로 ‘전진법’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또다시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은 영향은 3분기에나 영향이 나타날 것이고, 일부 보험사의 경우 CSM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안영준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단 최근의 전진법, 소급법 논란은 일단락됐다. 소급법이 허용되면서 가이드라인 적용 이후 우려했던 만큼 재무제표상 숫자가 큰 폭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일부 보험사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기존보다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CSM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보험부채 요소인 최선추정부채(BEL) 증가, CSM 감소, 자본 미변동으로 요구자본 증가와 가용자본 감소, 즉 K-ICS 비율 하락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수치와 해약환급금준비금의 변동 등은 3분기 결산 이후 확정될 전망이다.
향후 주가 전망도 밝지 않다. 1분기 실적발표 직전까지 주가 상승을 주도한 회계제도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회계제도 전환 이후 과열양상을 보이는 신계약 판매 경쟁은 올해까지는 지속되겠지만 내년부터는 완화될 것”이라면서 “과거 사례를 볼 때 판매 경쟁 과열이 해소된 후에 나타나는 수순은 실적 악화였다. 경쟁이 과열되었을 때 판매한 계약들이 장기간에 걸쳐 수익성을 훼손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한 신계약은 규모가 작으며, 한 번 높아진 사업비에는 하방 경직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8~2019년 실손보험 판매 경쟁 이후 주가와 수익성이 업계 전반에 걸쳐 하향세를 보인 선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보험업 판매 경쟁이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수주 산업이 수주 잔고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다 장기간 수익성 부진에 빠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또 정 연구원은 보험업은 어떤 회계기준을 사용하든 계약 만기가 길다는 점 때문에 경쟁 심화에 따른 펀더멘털 훼손이 장기간에 걸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