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마음 짓밟혀” 불법의료에 탈모 환자 두번 운다

“간절한 마음 짓밟혀” 불법의료에 탈모 환자 두번 운다

기사승인 2023-08-10 06:00:02
게티이미지뱅크


한의원 등 탈모센터를 운영하는 일부 의료기관의 불법의료 때문에 머리카락 한 가닥이 소중한 탈모 환자들이 두 번 운다. 탈모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은 강남 유명 탈모센터가 판매한 화장품에서 ‘미녹시딜’이 다량 검출된 것을 적발하고 탈모센터 업주 A씨(61세)를 검찰에 송치했다. 미녹시딜은 바르는 약이 아닌 경우 부작용 위험성 때문에 의사 처방이 없으면 구매하기가 어렵다. 미녹시딜에 의한 부작용에는 피부 트러블, 두통, 다모증, 비듬, 두피 간지럼증 등이 있다.

A씨는 경기 이천에 위치한 화장품 제조업소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충남 홍성의 연구소로 납품 받아 제품을 개봉해 3~4g의 미녹시딜 가루를 넣어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A씨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불법 제조한 화장품 두 종류에 샴푸, 에센스 등을 한 세트로 묶어 24만원에 4만6000여개 제품을 판매했다. 총 39억원 상당이다.

탈모 환자들을 울린 일은 2021년 12월 말에도 있었다. 당시 민사단은 면허 없이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채 두피·탈모 전문 관리업소를 불법으로 운영한 3개 가맹점 브랜드 6개 업소를 적발했다.

적발된 업소들은 두피관리 상담실을 설치하고 두피 확대촬영을 통해 고객에게 두피와 머리카락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하게 한 뒤 두피 마사지, 스케일링, 샴푸 등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1회당 5~10만원의 비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는 6개월 이상 장기관리 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만연한 불법행위에 절박한 탈모 환자들이 노출돼 있다. 두 달 전쯤 탈모센터 상담을 받고 왔다는 강준호(36·가명) 씨는 “약 먹지 말고 센터에서 관리·시술 받으면 좋아진다고 했다”면서 “원래 6개월에 180만원인데 낮 시간대에 와서 치료받으면 특별 할인이 적용돼 140만원에 받을 수 있다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상담한 사람은 의사가 아니었고 연관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하마터면 돈을 날릴 뻔했다”고 안도했다.

환자들은 피부과를 가야 할지 탈모센터를 가야할지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피부과와 탈모센터 두 군데에서 검사를 받아봤다는 박동규(42·가명) 씨는 “두 군데 다 호르몬에 의한 문제는 없다 했고 지루성두피염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피부과에선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며 탈모와 연관이 없으니 수면패턴을 조절하면 되고 걱정이 되면 약용샴푸를 써보라는 조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탈모센터에선 지루성두피염 때문에 정수리 쪽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있다며 1년 정도 매주 방문해 케어를 받으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탈모센터에서 덤터기를 씌우려는 것 같았지만 사진으로 봤을 때 머리카락이 진짜 얇아진 것 같기도 해서 피부과 의사의 말을 듣는 게 맞을지, 탈모센터의 말을 믿어도 될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엄격한 규제 필요”

피부과 전문의들은 강 씨와 박 씨의 사례처럼 일부 탈모센터로 인해 혼란을 겪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방찬일 대한피부과의사회 홍보이사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모는 진단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어떤 의료기관이든 환자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죄질이 나쁜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민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다. 엄격한 규제와 강력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탈모 치료를 위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기대거나 과대광고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방 홍보이사는 “탈모는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자신감을 잃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불편한 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 중 하나다”라며 “민간요법에 기댈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노출될 확률이 높으며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탈모는 정확한 진단 후에 의학적인 치료를 제대로 받으면 치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 역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탈모치료제 사용 시 어떤 성분이 내 몸에 해로운지 정확히 알고 써야 한다”며 “가임기 여성(임신이 가능한 여성)이 탈모치료제를 잘못 복용하면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화장품에 미녹시딜을 섞어 판 강남 탈모센터 사례를 들며 “약을 그런 식으로 섞어 파는 건 아주 큰 범죄다”라며 “근거가 불충분한 민간요법에 대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 다만 그것이 의료행위인지 여부는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돼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의료기관과 관할 지자체 보건소 또는 경찰 등의 조사와 확인을 거쳐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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