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전쟁 영향 제한적…“중국 어디로 튈지 몰라”

미·중 기술전쟁 영향 제한적…“중국 어디로 튈지 몰라”

기사승인 2023-08-11 06:00:09
반도체 위에 미국과 중국의 국기가 올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미·중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해당 분야 관련 중국에 투자를 하려는 미국 기업들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계획을 검토한 후 투자 금지 등을 명령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해당 명령을 발령한 이유로 ‘군사 및 정보 관련 핵심 기술에 있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미국 자본의 투자가 이같은 위험을 키우고 있어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같은 날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파괴하고, 글로벌 생산·공급망의 안전을 심각하게 교란했다”며 “중국은 이에 엄중한 우려를 표하고 앞으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역과 과학기술 이슈를 정치화·무기화하려 국가안보를 남용하고 정상적인 경제·무역 교류와 기술 협력에 의도적 장애물을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중국은 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우리의 권익을 확고하게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국내에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 해당 명령의 적용 범위는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한정됐다. 정부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공동명의의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분석 내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우리 정부 및 업계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향후 중국의 조치 등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이 향후 자원에 대한 수출 통제령 등을 발표하면 국내에서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1일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령을 발효한 바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계속 서로 조치를 주고받으며 규제의 범위나 강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다른 범위까지 규제가 확장될 경우, 우리나라에도 직접적 영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향후 조치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도 문제”라며 “반도체·첨단기술쪽 제재가 아닌 고전적인 방법으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사실상 금지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면세·화장품·호텔 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으며 휘청였다.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 6년여 만인 10일에서야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을 완전히 풀었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 2020년부터 기술분야 관련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 공급 시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등재시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 엔비디아의 최신형 AI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장비 수출 등이 금지됐다. 중국도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지 제재를 발표하고, 반도체 원료 수출 통제 등을 시행 중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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