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반적인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 폭염에 태풍이란 기후재앙까지 맞으며 파행을 거듭했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국격마저 훼손시킨 행사 파행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두고 후폭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정부 책임론’과 ‘지방정부인 전라북도 책임론’으로 공방을 벌이고 준비도 안 된 ‘간척지 뻘밭’인 새만금에 잼버리를 유치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전임 정부 책임론까지 논란이 번지고 있다. 책임을 묻기 위한 감찰과 감사, 검찰 수사 얘기까지 나오고 야권에서는 국정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 총회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새만금에 유치하고 환호성을 올렸다. 잼버리 유치로 새만금 내부개발 촉진하고 지역발전 효과가 기대된다고 선전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분명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만금잼버리를 유치하는 과정부터 살피고 유치한 잼버리를 실제로 준비하고 운영한 주체가 누구였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새만금 유치부터 그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몇 사람이 있다. 지금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유치 당시 송하진 전북도지사, 잼버리 유치를 제안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유치 당시 실무를 총괄했던 민주당 이원택 의원 등이 그들이다.
김윤덕 의원은 지난달 한 블로그에 “국회의원이 되면서 전북과 한국스카우트에 ‘세계잼버리’를 유치하자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안했다”면서 “유치 이후 필자와 여성가족부 장관을 공동조직 위원장으로 조직 위원회가 출범되어 중앙부처, 전라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 등이 함께 참여하는 사무국을 구성하여 기반 시설 조성과 활동장 조성에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잼버리 개최 직전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원대한 꿈이 이뤄질 것을 확신한다”고 새만금 잼버리의 기대와 성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김 의원은 현재 5인의 공동조직위원장 중 조직위원회가 출범할 때부터 지금까지 위원장을 맡은 유일한 인물이다. 조직위는 특별법 통과 2년 뒤인 2020년 7월 출범하면서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과 김 의원 2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돼 오다 5인 위원장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가부 장관은 바뀌었지만 김 의원은 줄곧 위원장을 맡아 왔다.
그러나 최근 파행 잼버리에 별다른 입장도 내지 않고 수습 현장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곧 ‘조직위원장으로서 그간 추진경과와 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혀 어떠한 해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또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새만금잼버리의 폭염과 폭우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이 의원은 작년 10월 25일 국회 여성가족위 국감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며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 대책을 적극 강구해 달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최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 파행의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무관심, 무대책, 무능으로 인한 준비 부족과 현장 대응 능력 부재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새만금 세계잼버리 특별법 제23조에 따르면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도지사는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 새만금 세계잼버리의 관련 시설의 설치, 이용, 사후 활동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고, 여가부 장관이 승인을 하려고 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하고, 정부지원위원회 국무총리께 보고를 거쳐 이 결과를 송부하고 고시하게 돼 있는 만큼, 개막일부터 발생했던 많은 문제들은 조직위의 종합계획에 반영돼서 추진했으면 될 업무”라며 실패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회에 앞서‘문제를 이미 예견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준비를 안 한 것’이라는 주장인데 사실 이 의원은 새만금잼버리 유치를 기획한 인물 중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치 당시 전라북도 대외협력국장을 맡아 업무를 주도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에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돼 잼버리를 적극 지원했고, 이후 전북 정무부지사로 잼버리 보고라인에 있었다. 어느 누구보다 모든 과정과 취약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이 의원은 지적이나 경고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가 시스템 붕괴’를 주장 하지만 주목받는 인물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여권이 “전라북도가 과연 제대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일했는지부터 따져보라”고 맞받는 이유다.
새만금잼버리 사태로 전북 도민의 상실감과 상처가 매우 커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잼버리 파행 책임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날선 공방과 정쟁보다는 유치 때부터 준비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이들이 먼저 입을 여는 것이 도민들의 상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파와 진영의 득실보다는 전북도민의 자존심 회복이 앞서야 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