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 ‘저부담 저복지’ 국가 없다”
“혼인자금 증여 공제, 부의 대물림 조장하는 꼴”
민생 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친부자’ 세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조세 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세입·세출을 모두 줄이는 ‘저부담 저복지’ 긴축 재정은 경제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면서 야당 차원의 세법 개정안 및 내년 예산안 마련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앞선 예고대로 조세·재정 전문가인 이용선 전 광주광역시장을 특위 위원장에 임명했다, 대학교수 및 전직 관료 등 조세 및 재정 민간 전문가들 9인도 위원에 합류시켰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잠재 성장률이 연일 낮아지면서 조세와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정부는 효과가 없는 긴축 재정 기조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국민이 공감하는 공평 세법 개정안과 내년 예산안을 위원회를 통해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적정한 부담과 적당한 복지를 지향하는 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섭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세제 정책이 전반적으로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권은 ‘저부담 저복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모두 고부담 고복지 기조라면서 방향성 자체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7월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역대 가장 특징 없다”며 민생 정당인 민주당의 정체성이 반영된 자체 세제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9월말이나 10월초까지 민주당 차원의 세법 개정안과 내년 예산안 등을 마련한다고도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재정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부의 과도한 재정기능 축소와 정치권의 선심성 ‘포퓰리즘’을 막아 재정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재정이 시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에도 정부가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정부는 대기업·고소득자 등에 대한 대규모 감세 조치로 6월 말까지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간 대비 39조7000억원이나 감소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83조원에 이른다”며 “정부 재정 운영과 세수 추계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내놓은 정부의 세제안은 오히려 청년 갈등을 조장하고, 부의 대물림을 독려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두리뭉실할 뿐 아니라 특징이 없다”며 “약 70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재정기능 정상화나 양극화 완화 등의 노력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출산 및 결혼 장려책으로 내놓은 혼인 자금 증여 공제는 너무 단편적일 뿐만 아니라 저출산 문제에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대의 대물림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는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 규정이 신설됐다. 결혼 비용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총 4년)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1억원을 추가 공제해주는 게 골자다.
하지만 혼인을 앞둔 청년 중 경제력을 갖춘 부모를 두지 않은 경우라면 세제지원의 실질적 효과는 없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라 혜택 여부가 달라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특위는 내달 10일 무렵 2차 회의를 열 방침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