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에 실효성 논란까지… 수술실 CCTV 도입 ‘첩첩산중’

헌법소원에 실효성 논란까지… 수술실 CCTV 도입 ‘첩첩산중’

2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시행
의협 “CCTV 설치 거부하자는 목소리도… 부작용 우려”
환자단체 “CCTV 거부 예외사유 많아 실효성 기대 어려워”
병원들 CCTV 운영 준비 중… 설치 비용에 부담감 토로

기사승인 2023-09-12 06:00:18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

오는 25일부터 병원 내 수술실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대리수술, 성 관련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의료계는 진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막아섰고, 환자단체는 법안의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전신마취나 수면마취를 시행해 수술을 받는 환자는 병원에 CCTV 촬영을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병원은 5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8월31일 국회를 통과,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고(故) 권대희씨 사망사건을 발단으로 의료사고 입증 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 받을 환자의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법안이 제정됐다.

그러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도입을 앞두고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돼 시행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고, 의료진의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방어진료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초상권 같은 기본권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했다. 더불어 외과의사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CTV 설치 비용도 걸림돌이다. 일반 병원급 이하에만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는 탓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법 시행에 맞춰 수술실 CCTV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치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상급종합병원은 비용 지원을 받지 않아 CCTV 설치에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거부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의협 관계자는 11일 쿠키뉴스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심판 결과를 내기 전까지 CCTV 설치를 거부하자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면서 “CCTV 설치가 의료 현장에 적용되기엔 부작용 발생 등 무리가 있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의사 출신이자 의협 회원인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는 “이미 어린이집 CCTV 설치에 관해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던 사례도 있어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의협 측이 주장하는 CCTV 영상 유출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박 변호사는 “CCTV는 인터넷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할 수 없다. 서울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 환자들의 신체가 노출된 영상이 유출된 사건 역시 CCTV가 아닌 웹캠”이라며 “의료법에서 설치하도록 한 CCTV는 웹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촬영된 영상정보 보관기간이 30일 이상으로 대폭 단축된 데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30일은 의료사고가 일어났는지조차 인지하기도 어려운 짧은 기간”이라며 “변호사 입장에선 무조건 형사고소를 해놓고 CCTV부터 증거로 확보하라고 상담의견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30일이라는 짧은 기간이 외려 의료소송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자들도 법안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했다.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시행규칙에 따른 촬영을 병원이 임의적인 이유로 거부하면 환자가 손쓰기 어렵도록 설계했다는 지적이다. 

개정령안에 담긴 수술실 내 CCTV 설치 거부 사유는 △응급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술을 시행하기 직전 등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등이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사유가 많아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수술실 안에서 발생하는 유령수술이나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CCTV 설치 외엔 없다. 만약 의료계에서 대안을 제시했다면 입법화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선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세계적으로 처음 입법화된 만큼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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