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명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기관을 뿌리 뽑기 위해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두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정적인 건강보험 재정 확보를 공언했다.
초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 신종 감염병 출현 등 각종 위기 지표가 오르는 가운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공단은 총수입 88조7739억원, 총지출 85조1482억원으로 당기수지는 3조629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립금은 23조8701억원이다. 23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 속에서 지출 증가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개인위생 관리로 최근 몇 년간 지출 증가폭이 다소 둔화된 양상이지만,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2020년 4.1%, 2021년 5.3%, 2022년 9.6%로 증가 추세다. 건보공단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구축에 집중하는 이유다.
건보공단은 안정적인 건보 재정 확보를 위한 큰 방향으로 △표준 진료지침 마련을 통한 적정진료로 의료비 지출 절감 △불법 개설기관 적발 강화를 위한 특사경 도입 △외국인 피부양자의 의료 목적 입국 방지를 위한 건강보험 가입기준 강화 등을 설정했다.
정 이사장은 “현재 건강보험은 2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에 지출은 증가일로에 있기 때문에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며 “혁신과 개혁의 노력을 게을리 하면 건강보험 제도의 중장기적인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속가능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하며 특히 불법 개설기관 적발을 강화하는 등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사경 도입에 온힘을 쏟겠다고 했다. 특사경 제도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제7조의 4설)을 통해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총 4개의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의료계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건보공단이 특사경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는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수사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법 개설기관으로 분류돼 검찰 송치나 법원 기소 등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폐업과 함께 재산을 처분해버리면 압류할 자산이 없어 징수가 어렵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 기간은 평균 11.8개월이다. 길게는 4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정 이사장은 “특사경 도입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큰데, 특사경은 나라가 군대를 두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안 나더라도 군대를 둠으로써 전쟁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특사경을 두는 것만으로도 불법 개설기관 설립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조직이 힘을 합쳐 불법 개설기관의 부당이득이나 허위청구가 없도록 힘 쓸 것이고, 의료계와는 지속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겠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18년 1월 47명의 사망자를 낸 밀양세종병원 화재 사건 이야기를 꺼내며 대국민 홍보를 통해 사무장병원의 위험성을 알리겠다고 피력했다. 밀양세종병원은 뒤늦게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사무장병원의 부당성을 국민이 많이 공감한다면 특사경이 수월하게 도입될 것으로 본다. 사무장병원은 오직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며 환자를 돈으로 본다”라며 “국민들이 사무장병원에 대해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특사경 도입을 위해 국회, 의료계, 국민을 계속 설득하겠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