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이용 30% 급감… 셈법 다른 의료계-산업계

비대면진료 이용 30% 급감… 셈법 다른 의료계-산업계

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 개최
의료취약지 범위, 휴일·야간 초진 대상 두고 민원 속출
환자 안전 vs 불편 개선… 의료계·산업계 격론

기사승인 2023-09-14 19:15:45
보건복지부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지난 6월부터 시행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이용자 수가 이전보다 3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는 깐깐한 기준 탓에 이용이 어렵다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의료계는 안전성 검증이 우선이라며 맞받아쳤다. 

보건복지부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개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에서 공개한 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6월 14만373명, 7월 12만7360명 등 총 26만7733명이 시범사업 전환 후 비대면진료를 이용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이전과 비교해 30%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2020년 2월부터 시범사업 시행 전인 올해 5월까지의 월 평균 이용자는 20만1833명에 달했다. 

모든 초진 환자에게 문을 열어뒀던 한시적 비대면진료와 달리 시범사업 이용 대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복지부에선 의료취약지의 범위나 휴일·야간 진료의 이용 대상을 늘려달라는 현장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령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의료기관이 없는 곳에 거주하는 섬·벽지 거주 환자는 초진을 허용하고 있는데, 대상지역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와 서검도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서검도는 비대면진료가 가능하지만 교동도는 불가능하다는 사례를 언급했다.

특히 휴일·야간 비대면진료는 현재 재진 기준에 해당되거나 초진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야간·휴일에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있어, 환자가 다녔던 의료기관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비대면진료가 원천 봉쇄되는 문제가 발생해 제도 취지가 형해화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산업계 “이용자 수 절벽 현실화” vs 의료계 “부작용 우려 커”

2개월 간의 비대면진료 성적표가 나온 것을 두고 산업계와 의료계는 격론을 벌였다.

우선 산업계는 강한 규제 때문에 플랫폼 업체들이 고사 위기라며 이용 대상 환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플랫폼 이용자 수 절벽이 현실화됐다.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진료 이용 건수의 95% 이상이 급감했다”면서 “29개의 플랫폼 기업 절반 이상이 비대면진료를 종료했고, 남은 플랫폼 역시 이대로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종료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용자 역시 고충이 있다고도 했다. 장 이사는 “환자들의 불편 해소도 시급하다. 협의회에서 운영 중인 시범사업 불편 센터에 의하면 1000건 이상의 불편 의견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법적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비대면진료의 한계에 대해 환자에게 사전 고지하고, 환자 동의 하에 의료사고 발생 시 참작의 근거가 돼야 한다”면서 의료계 우려를 불식시키려고도 했다.

반면 의료계는 비대면진료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 사례를 언급하며 산업 발전보다 환자 안전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비대면진료로 인해 전문의약품 불법광고 범람, 의약품 오남용 사례 발생 등 수많은 문제점이 양산된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권 수호라는 의료 본연의 가치가 훼손된 채 상업적 목적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소속 회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는데, 초진 불가와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대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의료사고나 과오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가 명확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도 “현재 고위험 비급여 약에 대한 관리는 안전관리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비급여라 보험청구가 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해 관리 사각지대에 빠져있는 상태”이라며 “안전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사고가 난 후에 효과적인 수습책이 아니라 사고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예방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의 안전성 우려에 대한 근거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료계나 의약계가 비대면진료가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입증이 필요하다”며 “협회가 반대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근거 창출에 나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환자·의료소비자 “제한적 초진 허용·약 배송 금지 불편… 교육도 이뤄져야”

환자와 의료소비자 측에선 무엇보다 시범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법제화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자 대상 비대면진료 관련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는 초진 포함 여부보다는 약 배송이 불가능하고 병원급이 제외된 것이 상당히 불편하다”며 “어렵게 마련된 시범사업이 초진 논쟁으로 묻히지 않고 반드시 입법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필요하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야간·휴일에는 의료기관이 운영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범사업이라면 일정 부분 허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면서 “의료소비자 입장에선 의약품 처방과 배송이 이뤄졌을 때 비대면진료 효과가 완결된다고 보고, 시범사업 단계에서 테스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소외계층을 고려해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시범사업 개선과 더불어 법제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불합리한 사례가 있다는 여러 민원들이 있었다. 시범사업 개선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현장에서 제시되는 개선 요구를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검토해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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