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가짜뉴스’에 칼을 뽑아 들었다. 분주히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X(옛 트위터) 등 역외 사업자에 대한 제재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은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마컴 에릭슨 구글 정부·공공정책 부사장과 면담하고 불법·유해정보 유통 방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류 위원장은 이날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는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를 전달, 구글이 대응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심위와 논의해 지난 18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패스트트랙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방심위에 가짜뉴스 신고 창고를 마련, 신속심의와 후속 구제 조치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활성화한다. 가짜뉴스 신고 접수 및 신속 심의 상황을 주요 포털 사업자와 공유해 필요시 사업자의 선제적 조치를 요청하는 등 자율규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포털 사업자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 척결과 함께 포털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플랫폼 사업자이지만 언론중재법 등에 따른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 언론사 자체 고침기사, 언론중재법에 의해 피해구제된 정정·반론·추후보도 기사,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불공정 선거보도 경고·주의를 받은 기사를 별도로 모아 게재한다. 역외 사업자인 구글과 메타 등은 이같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의 가짜뉴스 폐해가 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배우 김영옥과 박근형, 사업가 백종원 등의 사망설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전혀 사실무근인 내용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결혼설을 담은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도 유튜브 숏츠를 통해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짜뉴스 조치가 국내 사업자에 대한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외 사업자를 강하게 제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언론미디어위원장은 “역외 사업자의 가짜뉴스 대응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심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이후 심의를 어겼을 경우 엄격한 제재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경우,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역외사업자에게 자율적인 조치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이행하지 않더라도 ‘접속차단’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만약 접속차단이 이뤄진다면 역외 사업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해외 사업자와 만나더라도 그들에게 줄 ‘당근’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헤어질 확률이 높다”며 “만약 구글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다른 나라의 요구 또한 받아들여야 하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