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이 대표 강성 지지자(‘개딸’)들이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향한 비판의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 색출과 함께 ‘살인 예고글’까지 등장하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민주당을 ‘야만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체포안이 가결된 후 비명계 의원들을 상대로 ‘문자 폭탄’이 쇄도하고 있다. 이 대표 가성 지지층은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비명(비이재명)계에 사용하는 멸칭)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문자 폭탄’ 등을 돌리며 항의하고 있다. 일부 유튜버는 비명계 의원의 지역 사무실을 항의방문하는 장면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심지어 비명계 의원을 향한 ‘살인 예고글’까지 올라왔다. 지난 21일 오후 8시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무조건 가결표 던진 의원 리스트’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게시자는 당 소속 의원 14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집에 있는 스나이퍼 라이플(소총)을 찾아봐야겠다”는 등 테러를 암시했다. 경찰은 IP주소 확인 등 추적을 벌여 지난 23일 오전 8시 25분 군포시의 숙박업소에서 게시자를 긴급체포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의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며 “전 당원의 뜻을 모아 상응하게 처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민주당 의원 가운데 어기구 의원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인증하고 나섰다. 어기구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부’를 적은 자신의 투표지를 SNS에 찍어 올렸다.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이를 두고 ‘살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어기구 인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은 내홍에 빠진 민주당을 두고 비난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민주당 내에서 ‘배신자 색출’, ‘투표 공개’라는 공산당 치하에서나 어울릴 법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이 단순한 여야 대립이나 계파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색출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표현을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24일 “나라 정상화를 향한 도도한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잔당들의 저항은 당랑거철일 뿐”이라며 “한 줌 흙에 불과한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이 아무리 버텨봐야 찻잔 속 태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절대다수의 합리적 시민들께서 간절히 바라시는 건전한 대화․타협․상생을 통한 생산적 국회, 민생정치를 위해 가열찬 노력을 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혼란이 가중되자 24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이 대표는 회복 치료를 받으면서 오는 26일 예정된 법원 영장심사에 출석할 방침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23일 “이재명 대표는 오늘부로 단식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회복 치료에 들어간다”며 “이 대표는 당분간 현재 입원한 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의료진과 협의해 법원 출석 등 일시적 외부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