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맞아 본가를 찾은 30대 A씨. 집에 들어서자 반가운 가족보다 먼저 눈길을 끈 게 있었다. 벽면을 뒤덮고 있는 TV였다. 크기는 무려 98형. 기존 거실에 놓였던 48형 TV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너무 큰 게 아닌가 생각됐지만 금세 적응됐다. 차례를 지내러 온 친척들도 ‘너무 크지 않냐’, ‘눈이 아픈 것 같다’며 한마디씩 거들다가 어느새 ‘크게 보니 영화관에 온 것 같다’며 가격을 물었다.
초대형 TV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이른바 ‘거거익선(巨巨益善)’이 기조가 되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에서 70형 이상 대형 TV 판매량과 매출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조사 결과, 전체 시장에서 70형 이상 TV 점유율(매출규모 기준)은 올해 기준 23.8%다. 지난 2020년 14.4%, 2021년 18.4%, 지난해 20.2% 등 점유율이 차근차근 상승했다.
이전에는 집 크기에 따라 TV를 구매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아파트 평수에 따른 TV 사이즈가 추천되거나, 권장 시청거리를 계산하는 방식 등이다. 소파와 TV의 거리에 곱하기 39를 하면 적정화면 크기를 고를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조건 큰 TV’를 고르는 경향이 짙어졌다. 주된 이유는 TV의 해상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기존 SD·HD·FHD 화질에서는 TV 크기가 클 경우 단점이 두드러졌다.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이 적기에 화면이 클수록 정밀함과 선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보통 SD 30만 화소, HD 100만 화소, FHD 200만 화소 등으로 구분된다. 반면 최근 TV 시장에서 주를 이루는 UHD는 830만~3300만 화소에 달한다. 대형 화면으로 봐도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차이 없는 생생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초대형 TV의 가격이 낮아진 점도 있다. 과거 수천만원대를 호가했으나 현재 국내 77형 TV의 가격은 700만원대다. 오픈마켓·해외직구 등을 통하면 300~400만원대에도 구매 가능하다.
달라진 TV 시청 환경을 이유로 꼽혔다.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 OTT 볼거리가 늘어난 점, TV로 유튜브 시청과 음악 감상이 가능해진 점 등이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 가전을 살펴보고 있는 김모(34)씨는 “가격 등 여러 조건을 따져야겠지만 TV로 즐길 거리가 많기에 70형 이상을 사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만족감도 크다. 서울에 거주하는 황모(33·여)씨는 지난해 신혼 가전으로 70형 이상 TV를 구매했다. 그는 “처음에는 크다고 느꼈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니 만족감이 든다”며 “영화나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큰 화면으로 즐기니 생동감이 넘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소형기기로도 영상을 자주 보기에 거실에 두는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거거익선 트렌드에 맞춰 초대형 TV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7월 90형대의 TV를 나란히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98형 Neo QLED 8K 신모델을, LG전자는 OLED 97형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집 크기에 따라 적절한 사이즈가 선호됐지만 현재는 집이 크지 않아도 큰 스크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주력 판매되는 TV 크기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