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치매 유발 ‘노인 난청’…“보청기 급여 적용 확대해야”

우울증·치매 유발 ‘노인 난청’…“보청기 급여 적용 확대해야”

5일 ‘노인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
보청기 구입 시 급여 미혜택 추정 인구 130만여명
보청기 보급률 낮은 원인으로 ‘구매가격 부담’ 꼽혀
정부, 난청 질환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성 공감

기사승인 2023-10-06 06:00:21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비장애인 중등도 난청 노인의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김영자(가명·73세)씨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귀가 잘 안 들리니 답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날이 잦아졌다. 직장에서도 실수가 이어지면서 결국 퇴사를 했다. 김씨는 병원을 찾아 중등도 난청(40~59㏈)을 진단 받았지만, 보청기 건강보험 급여 혜택은 60㏈ 이상의 청각장애인만 받을 수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보청기를 구입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며 난청 환자도 늘고 있지만, 중등도 난청 환자 중 일부만이 보청기 구입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성 난청을 방치하면 우울증과 인지장애, 치매 위험이 커지는 만큼 보청기 급여 적용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5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관한 ‘노인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중등도 난청을 아우를 수 있도록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이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중 중등도 난청으로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60㏈ 이상의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해 보청기 급여 지원을 받지 못한 인구가 13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성 난청은 주로 귓속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생긴다. 이외에도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적이 있거나, 영양 부족 등 환경적 요인과 가족력 같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난청이 있는 경우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게 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또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도 유발한다. 이를 막으려면 난청을 조기에 발견해 가능한 한 빨리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보청기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은 60㏈ 이상의 청각장애인만 해당된다. 비장애 난청 노인들을 위한 보청기 지원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지원하고 있을 뿐 국가 차원의 지원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문일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정부는 일부 노인성 질환에 대해 건강검진, 치료비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난청에 대한 지원은 부재하다”며 “국민건강검진에 포함된 청각 검사는 40㏈ 이상 난청 여부만 판단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인 난청 환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난청이 심화되고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인 복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확대다”라고 강조했다.

‘노인 난청환자 증례’를 주제로 발표한 박상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학술부회장은 난청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가 비용 부담 때문에 보청기 착용을 망설일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박 학술부회장은 “보청기를 착용하면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한테 보청기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비용 때문에 고민해보겠다고만 하는 사례가 많다”며 “노인 난청 환자들의 보청기 보급률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이 보청기 구매 가격 부담이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난청 노인에 대한 보청기 지원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장애인에 한정된 중등도 난청 환자에 대한 보청기 급여 지원이 확대되려면 난청 질환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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