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삼성과 HD현대의 ‘전북 협약’

[편집자시선]삼성과 HD현대의 ‘전북 협약’

이차전자 이어 전북 산업 생태계 다양화에 기대
지자체 최대한 지원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해야

기사승인 2023-10-10 09:45:20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떠나는 전북’에 오랜만에 낭보가 전해졌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고창신활력산업단지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조성하고 HD현대일렉트릭은 군산시에 풍력터빈 공장을 설립한다. 굴지의 기업들이 전북과 인연을 맺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고창군과 호남권 대규모 첨단물류센터인 ‘스마트허브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산업단지 내 부지 18만㎡(5만4,000평, 축구장 25개 규모)를 매입해 자동화 기술이 접목된 첨단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물류센터는 올해 안에 건축설계와 인·허가 승인 사전절차를 진행해 내년에 착공, 오는 2026년에 준공할 계획인데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총 3,000억 원을 투자한다.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500여 명의 직·간접적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AI, 디지털트윈, 로봇, 자율주행, 자동창고시스템(AS/RS) 등의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첨단 물류센터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류는 이제 조달, 배송 등 단순 기능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번 삼성전자의 물류센터는 자동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로봇, 컨베이어, 소터 등 자동화관련 장비 기업들의 연쇄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의 고창신활력산업단지 대규모 물류센터 조성은 삼성이 전북에 대규모 사업장을 구축하는 첫 사례라는데 상징적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와 고창군간의 협약은 올해 초부터 시작해 비공개로 삼성전자 관계자가 고창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철저하게 외부 노출을 차단하고 추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류센터 투자에 있어 여러 여건이 전북이 최적지임을 확인하고 후보지로 고창 이외에도 여러 곳을 검토하였으나, 20년 전에 조성된 산업단지로 5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부지를 비교적 싸게 확보할 수 있고 생산기지인 광주와 가까울 뿐 아니라 육상교통도 편리해 고창을 첨단 물류단지 적합지로 낙점하였다고 밝혔다.  

사실 이제까지 삼성과 전북은 서로 남남이었고 심하게 말하면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다. 전북은 2000년대 초부터 삼성에 지속적으로 노크했으나 전북에는 삼성 관련 기업이 한 곳도 없다. 

2011년 LH 사태 때는 삼성이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부지에 2021년부터 향후 20년 동안 7조 6,000억원을 투자해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한다는 투자 협약을 국무총리실과 전북도와 함께 맺었으나 2016년 투자 포기를 선언해 LH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사기극’이라는 비난이 빗발쳤고 도민들에게는 큰 상처를 남겼다. 

이번 삼성전자와 고창군의 투자 협약은 민선 지자체장 출범 이후 고창군의 기업 유치 사례 중 관광분야를 제외하고는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또 전라북도 입장에서도 민선 8기 들어 새만금 지역 이외에 첫 대규모 투자라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HD현대(구 현대중공업)의 전력기기·에너지솔루션 회사인 HD현대일렉트릭의 군산 투자도 크게 반길 일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도내 해상풍력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GE와 공동으로 1,000억원을 투자해 풍력터빈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군산지역 항만과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해상풍력 배후 부지 입지를 검토하고, 풍력터빈 공장의 사전 설계 용역에 착수해 2026년까지 준공한다. 150명의 고용 인력이 창출되고 기자재 생산·공급망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북도와 군산시는 서남권과 군산 앞바다에 각각 2.4GW, 1.6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해상풍력 터빈 생산부지와 연계한 지원 항만 인프라 조성과 도내에서 생산하는 해상풍력 제품이 전북 해역의 해상풍력단지에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한 축인 해상풍력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잇단 대기업의 투자 유치는 새만금 지역이 아닌 도내 시·군에 투자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차별화된 인센티브 등을 잘 활용하면 대규모 투자 유치가 가능함을 입증한 것으로 향후 기업 유치에도 긍정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또 새만금에 SK온, LG화학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 유치에 이어 삼성전자의 물류단지와 HD현대일렉트릭의 풍력관련 산업 유치는 전북 산업 생태계를 다양화했다는 데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특히 새로 유치한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분야 제조업의 투자가 이끌어진다면 경제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전북은 이제껏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전통적인 농식품산업이 익산의 하림과 농식품클러스트를 통해 명맥을 잇고 있으나 잇단 기업 유치로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했다는 데도 가치가 있다. 

전북의 산업 지표는 갈수록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8월 전북지역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과 출하, 소비는 모두 줄고 재고만 늘었다. 그만큼 경제가 쭈그러들고 도민들의 생활은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와 시군 지자체는 유치한 기업들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정절차 등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필요하면 기업에 예산으로도 지원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 관련 ‘정부의 횡포’로 실의에 빠진 도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의 좋은 소식이 더 많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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