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국내 기준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로 환율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동결 가능성이 커지고,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 이자 부담에 우려를 나타내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한다. 금통위는 지난 1월 금리를 3.50%로 0.25%p(포인트)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금리를 동결해 왔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봐 왔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물가와 환율 불안이 커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
앞서 하마스가 지난 7일 가자지구 국경 철책을 넘어 이스라엘 22개 지역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중동 사태로 유가와 환율이 요동을 쳤다. 먼저 중동 사태가 주변 산유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가가 급등했다.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거래일 대비 3.59달러(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올라가면서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EUR, JPY, GBP, CAD, SEK, CHF)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연속 3일 하락세를 기록하다 9일 106.08로 상승 전환했다.
다행히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 전날 달러 강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49.9)보다 0.4원 내린 1349.5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당국의 환율 안정 노력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의 국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이란과 사우디 등 주변국 등이 전쟁에 개입할 경우 유가 급등과 함께 세계 경제 타격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전쟁 확대 시 이란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주변 산유국들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추가적인 유가 급등의 가능성 자체는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같은 시장 변화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유가가 상승할 경우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경젱의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영향이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한 만큼 한은의 물가안정 부담이 적지 않다. 여기에 안전자산 선호로 늘어나는 달러 수요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한은이 선뜻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1.4% 달성도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도 금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중동지역의 무력 분쟁과 전쟁은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오고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며 “이미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국내 금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민의 이자 부담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생활물가 안정 방안과 서민 금융 안전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하라”고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11월 한 번의 추가 금리 인상 기회가 남아있는 만큼 10월 금통위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 압력도 줄어든 만큼 한은이 상황을 지켜보고 11월 금통위에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