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및 활용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 위원장은 12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정보위 역할의 중요성과 향후 방향 등에 대해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며 “앞으로 데이터 영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새로운 국면이 열린 가운데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권리 침해에 대한 조사·처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개인정보 유출사고 등 보호 의무를 위반한 기업에도 과징금·과태료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조치를 내린다.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에 1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메타는 이용자의 적법한 동의 없이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 등에 이용한 혐의로 지난 7월에 74억여원의 추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징금 처분만이 끝이 아니다. 처분에 불복하는 기업과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개인정보위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 또는 심판이 진행 중인 사례는 현재 총 10건이다. 구글과 메타도 이에 포함됐다.
수십·수백억대 처분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송 관련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개인정보위에 배정된 소송 예산은 1년에 2억원이다. 소송에 과감한 비용을 투자하는 빅테크들과 다투기에는 너무나 적은 예산이다. 올해 배정된 소송 예산은 지난 8월 기준 이미 1억9000만원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 위원장은 “덩치가 큰 사건들이 나오면서 무게감 있는 소송도 늘어나는 중이지만 저희가 가진 소송 예산과 인력으로는 상황을 대응하기 턱없이 부족하다”며 “항소·상고 비율도 높아서 향후 소송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무적으로 고민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인력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타 부처에는 소송만을 전담으로 하는 인력이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위에서는 조사를 담당하는 이들이 소송까지 모두 맡아 책임지는 구조다. 최근 변화에 발맞춰 내부에 AI 프라이버시팀에 꾸려졌지만 인력을 보강하지는 못했다. 기존 부서 인원을 줄여 만들어진 팀이다.
적은 예산과 인력 속에서도 개인정보위는 고 위원장 취임 후 숨 가쁜 1년을 달려왔다. 지난 2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고 위원장은 개정안에 대해 “거의 새로 법안을 작성한 것과 다름없는 전면 개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개정안에는 다양한 변화가 담겼다. 정보주체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개인정보를 이동시켜 원하는 서비스에 활용되도록 하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도입됐다. 온·오프라인으로 분리 규제된 부분도 일원화시켰다.
국제무대에서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6월 세계 각국의 개인정보보호 수장 및 전문가들을 모아 국제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개인정보 규제 감독기관과 기업들이 모인 개인정보 최대 국제회의인 GPA(Global Privacy Assembly)도 오는 2025년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AI 관련 개인정보보호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 또는 미국 모델이 아닌 새로운 한국의 방향성을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EU와 미국의 방향 모두 참조할 것이 있지만 타산지석처럼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며 “우리나라 이용자의 관점과 산업 생태계 등에 대한 이해·고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