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은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반려동물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금융위, 농식품부, 기재부, 금감원, 보험연구원, 손해보험협회, 수의사회 등이 참여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TF를 꾸리고 세미나를 여는 등 여러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왔다.
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동물복지와 관련한 주요 국정과제로 △동물 학대 범죄 양형기준 마련 △펫보험 활성화 기반 마련 △동물병원 진료비 완화 등을 제시했다. 펫보험 활성화는 보험과 관련한 유일한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등 국내 반려동물 수는 지난 2018년 635만 마리에서 지난해 799만 마리로 늘었다. 반려동물 건강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 치료비 부담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소비자연맹 설문에 따르면 반려견 감기 치료에 8만원의 치료비가 청구되는 등 고가의 동물병원 진료비로 인해 양육자의 83%는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진료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펫보험이 있지만, 가입률은 아직 저조하다. 펫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0%대에 머물다가 올해 상반기 1.1%로 1%를 간신히 넘겼다. 영국 25%, 일본 12.5%, 미국 2.5% 등 다른 국가들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동물 의료 관련 인프라 부족, 동물 의료, 보험사 간 미미한 연계가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에 정부는 먼저 코 주름이나 홍채 등 생채인식 정보로 반려동물을 등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동물을 등록하려면 식별장치를 몸 안에 넣거나 밖에 부착해야 한다. 정부는 칩 삽입 등을 꺼리는 사람이 적잖아 등록률이 저조하다고 판단, 인식 수단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생채인식 정보가 활성화되면 보험사가 특정 동물을 식별할 수 있어 펫 보험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 등록 의무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동물병원 등에서 즉시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진료내역 등 가입 때 필요한 서류를 전송할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동물병원과 펫샵에서 3~5년 장기 보험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1년 이하 단기 상품만 가입이 가능했다.
반려동물보험 서비스를 다루는 전문 보험사도 허용키로 했다. 전문성을 갖춘 신규 사업자가 차별화된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11개 손보사들이 반려동물 보험상품을 판매 중이지만 반려동물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없다. 금융위는 이날 백브리핑을 통해 “1곳은 반려동물 관련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을 영위하는 펫테크(반려동물을 위한 기술) 업체, 1곳은 기존 보험사가 전략적 투자자를 모아 컨소시엄을 형성해 자회사 형태로 신청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펫보험 가입률이 빠른 시간 내 미국과 일본 사이 정도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 의지와는 별개로, 수의업계와 보험업계가 과연 협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행 수의사법에 따르면 수의사는 동물 진료 후 진료기록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진료 내용 없이 금액만 적힌 영수증을 가지고 손해사정을 하는 경우가 적지않아 보험금을 적정하게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등을 목적으로 동물병원에 요청시,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수의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 농해수위에 현재 관련법안 5건이 계류 중인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나 반려동물 등록제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결 조건”이라며 “수의업계에서 반대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보험업계에서도 약물오남용 등 동물진료부 악용에 대한 수의업계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계속 설득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