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계대출 증가 추이에 대한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박광온 의원이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가계대출을 증가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를 더 올리면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다”면서도 “그로 인해 생기는 금융 시장 안정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봐야 하고, 물가도 한때 2.3%까지 내려갔기에 종합적으로 보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에 더해 고금리가 지속되며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금융·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창용 총재의 속내가 나온 셈이다.
이는 앞서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하며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잘 드러났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것에 대해서도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응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저희(한은)가 이자율이나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점차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100% 미만으로, 90% 가깝게 낮추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너무 빨리 조절하려다 보면 경기가 너무 나빠지기 때문에 천천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앞으로 상당 기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전히 물가 목표 수준인 2%를 상당히 상회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와 환율 등의 변동성 확대로 향후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