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 질감이 정말 대단하네”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 앞에서 중년 남성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이내 한 명씩 줄을 서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미술관의 풍경이 아니다. 한국전자전(KES) 2023 삼성전자 부스의 모습이다. 또 다른 남성이 ‘멋진 그림’을 요청하자 시녀들 대신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TV 화면을 가득 채웠다.
혁신 가전과 모바일, 신기술 등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는 KES 2023이 열렸다. 각종 체험형 전시를 통해 즐길 거리도 풍성해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주관하는 KES 2023은 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24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10개국 480개사가 참여했다.
25일 찾은 현장에는 새로운 기술과 가전 등을 체험하는 이들로 붐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에 가장 사람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에너지와 펫케어, 게임, 헬스 등을 주요 테마로 한 ‘스마트 타운’ 공간을 조성했다. 스마트 타운은 다양한 가전이 전시된 스마트홈과 갤럭시 Z 플립·폴드 5 등이 전시된 스마트파크로 나뉜다.
집으로 꾸며진 스마트홈에 들어서면 ‘현관’을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된다. 현관에는 스마트싱스를 통해 가정의 에너지 및 탄소 저감량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플러그 장착으로 각 가전의 사용 에너지를 조정하는 인공지능(AI) 절약모드도 체험 가능하다. ‘거실’에서는 반려동물 케어에 특화된 가전·기술이 전시됐다. 홈 카메라360과 비스포크 제트봇 AI를 활용, 외출 시에도 반려동물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갤럭시 스마트태그2를 통해 반려동물 산책 기록도 확인 가능해졌다. 갤럭시워치6를 통한 수면관리와 스마트싱스를 활용한 요리 체험도 가능했다.
LG전자는 갤러리 컨셉으로 전시관을 꾸몄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LG전자의 가전제품들을 몰입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미술관·박물관처럼 무선 이어폰을 착용, 도슨트 관람도 가능하게 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LG전자가 자랑하는 투명 OLED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끌었다. 관람객은 LG씽큐앱을 통해 무드업 냉장고의 색상을 취향에 맞게 바꿔볼 수 있었다. LG전자의 폴더블 노트북 ‘그램 폴드’를 직접 접었다 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LG전자의 자율주행 콘셉트 모델 ‘LG옴니팟’과 전기차 충전기, 홈 에너지 솔루션 등도 전시, 체험 가능했다.
이날 KES 2023을 찾은 30대 전인호씨는 “LG전자의 전시관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도슨트 등 실제 갤러리처럼 전시관을 꾸며 체험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통신사인 KT도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를 주제로 전시관을 운영한다. KT의 AI와 빅데이터 등을 토대로 개인·소상공인·기업고객의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소상공인을 위한 ‘컨설팅 존’ 공간에 사람들이 모였다. 다양한 제조사의 로봇을 동시에 제어하고 매장 평수에 따라 몇 대의 로봇이 필요한지 상담해 주는 서비스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고객에게 걸려 온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AI 통화비서’ 서비스와 상권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KT 잘나가게’ 등도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에스더블유엠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연도 인기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차량 2대를 이용, 시간당 2회를 운영하지만 정오를 조금 지나자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자율주행 차량에 탑승, 서울 강남 코엑스 주변 2㎞ 구간을 도는 코스다. 교차로 통과와 차선 변경, 위험장애물 회피 등의 자율주행 기능을 생생히 체험 가능하다. 측위·인지·예측·판단·제어가 가능한 자율주행 레벨 4 기능이 장착됐다. 이는 국내 최초다.
이날 오후 자율주행 차량을 체험한 박현철(40대)씨는 “정확하게 사람을 인지,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멈췄다”며 “곧 상용화가 된다는 데 꼭 이용해 볼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대기업 외에도 다양한 중견·중소기업과 대학의 체험형 전시 공간도 마련됐다. 실제 항공기의 탑승감을 그대로 제공, 체험하거나 증강현실(VR), 자율주행로봇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