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달만 100만원 보장” 독감보험 경쟁 과열…당국 “예의주시”

“딱 한 달만 100만원 보장” 독감보험 경쟁 과열…당국 “예의주시”

기사승인 2023-10-27 06:00:19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어린이가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 “독감 진단만 받으면 100만원을 준다는데 정말일까요? 감기에 잘 걸리는 타입인데 고민이 됩니다”
# “월 만원대 보험료에 독감 진단 시 100만원이면 가성비 좋은 거 아닌가요? 온 가족이 독감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길어지며 독감 치료비보장 보험 특약이 인기다. 특히 보장 한도를 타사보다 높인 보험사 상품이 소비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자칫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독감 진단 및 치료 시 최대 100만원을 보장하는 특약을 지난 10일 출시했다.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 중이다. 15세 미만까지는 50만원, 16~60세는 1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독감 진단을 받고, 치료 목적으로 독감 항바이러스제(오셀타미비르, 자나미비르, 페라미비르, 발록사비르 성분)을 처방받으면 된다. 면책기간은 7일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주요 손보사들도 독감 치료비 5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 중인데 한화손보는 한도에서 차별화를 둔 셈이다. 

해당 특약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아청소년층 사이에서 독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감은 이례적으로 장기 유행하며 사실상 지난 1년 내내 ‘유행 주의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16일 발령된 독감 유행 주의보는 해제되지 않은 채 유지돼 왔다. 1년 내내 주의보가 이어지는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 소식지에 따르면 41주차(8~14일)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5.5명으로 전주(14.6명) 대비 0.9명 증가했다. 이는 이번 2023-2024절기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인 6.5명의 2.4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감 보험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많아지며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조기 절판 얘기가 나온다”, “11월 초까지 판매 예정이었는데 조기 마감 가능성이 크다”면서 영업 중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일선 현장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식으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독감이 아무래도 전염병인 만큼, 보험금을 타내려는 목적으로 걸리고자 하면 또 쉽게 걸릴 수도 있는 질병”이라며 “이를 악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도 충분히 나올 위험이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험사간 보장 한도 경쟁으로 금융감독원이 개입한 선례도 있다. 올해 초 손보사들이 운전자보험 내 변호사 선임비 특약 보장 한도를 최대 1억원까지 올려 판매하는 등 판매 경쟁이 과열되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국은 한도 경쟁이 소비자 피해를 초래했는지가 관건”이라면서 “필요하다면 회사가 적정한 기준을 가지고 절차를 잘 지켜 보장한도를 높인 것인지, 그 과정에서 내부 통제는 충분히 됐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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