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북도 국정감사, 전라북도 도정에 대한 감사는 뒷전이고 새만금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대결장을 방불케 했다.
여당 의원들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 추궁에, 야당 의원들은 새만금 SOC 예산 삭감 부당성을 성토했다. 오히려 기획재정부가 도마에 오른 셈인데 행안위 국감에서의 여야 공방이 얼마나 실질적 결과를 나타낼지는 모를 일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김관영 지사는 새만금 예산삭감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보복성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민주당 의원이 “잼버리 전북 책임론의 보복성 예산삭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질문하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생각이라 본다"고 답했다.
또 한 의원이 “내년도에 새만금 예산안을 5000억원이나 삭감해 22%만 반영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하자 김 지사는 “1~3차 심의 때까지 별문제가 없었으나 잼버리 사태 이후 급격히 입장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은 “새만금 예산 갖고 지사가 무능하신 것”이라면서 “자기가 무능해서 예산 삭감당하고 이제 와서 대통령의 보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이 보복해서 새만금 예산을 잘랐다고 하면, 여당 의원이나 정부에서 복구하고 싶어도 하겠습니까”라고 되물으며 김 지사를 압박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해서도 여야는 날 선 공방전을 벌였다. 그간 전북 책임론을 주장해 온 여당 의원들은 김 지사를 ‘무능력’, ‘무책임’이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저격했고, 야당 의원들은 실질적 권한을 쥔 여성가족부와 조직위원회 잘못이 더 크다며 전북도를 옹호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잼버리 주최기관은 스카우트연맹이고, 지원기관은 조직위이고, 집행위원장은 결재권자도 아니고 일부 기반 시설만 조성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전북도의 주장에 “단순히 일부 기반 시설만 조성하는 게 전북도의 역할이었다면 조직위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인력을 전북도와 시군에서 파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잼버리 부지에 대한 준설 매립공사는 2021년 3월에 이미 끝났는데 전북도는 매립공사가 끝나고 나서 7개월간 허가신청을 안 해서 모든 게 늦어졌다’고 질타했다. 잼버리 부지 매립지에 행사 기반시설을 조성하기 위해선 농림부에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신청해 승인받아야 하는데, 전북도가 지연 신청했다는 지적이다.
전북도 국정감사장 밖에선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전북도의회가 새만금 예산삭감 정상화를 요구하기 위한 침묵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도 참석한 만큼 전북도민의 분노를 전달하는 동시에 새만금 사업 정상화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만금방조제의 길이 33.9km를 상징하는 33.9m의 현수막을 내걸고 ‘새만금 국가사업 정상화’,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미래’ 등 예산복구를 요구했다.
전북 국회의원들과 기초·광역의원들은 그동안 새만금 예산 대폭 삭감에 반발해 잇따라 ‘삭발 투쟁’에 나섰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8명이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삭발한 데 이어 한병도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등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삭발에 가세했다.
전북도의회 의원들은 14명을 시작으로 현재 남녀 의원 23명이 머리카락을 밀었다. 도의원 3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가 삭발한 셈이다. 삭발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인의 결기를 보여주며 투쟁의 절박함을 호소한다지만 효과는 담보할 수 없다.
또 전북도의회에서 출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까지 달리는 마라톤 투쟁도 26일 시작됐다.
박정규 전북도의원은 280㎞를 13일간 달려 새만금 예산삭감에 항의하는 범도민 총궐기대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에 11월7일 도착할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여·야 예산협의의 첫 관문이 새만금 예산 복원에서 시작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잼버리가 개최되기 전에는 새만금개발과 관련해 ‘아낌없는 지원’ ‘주요한 것은 개발 속도’를 강조해왔다”면서 예산 정상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방 실장은 '새만금 예산 삭감과 사업 전면 재검토는 새만금 상황에 비춰볼 때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들어간다. 사실 국정감사에서의 공방은 새만금 예산복원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
특히 전북도를 상대로 한 행안위 국감에서의 공방은 의원들의 주장일 뿐 실질적인 아무런 조치가 없는 소위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정무위에서의 압박은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총리실은 오히려 ‘예산 삭감의 합리성’을 강조했다.
정치인 30여명이 삭발하고 릴레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수백㎞ 마라톤 투쟁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또 다음 주에는 전북도민과 출향민 5000명이 모여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만금을 이용해 ‘자기들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결국 예산은 여야의 ‘단판 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새만금 예산 회복이 예산정국에서 여야 협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