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여 되갚은 후 차익을 얻는 투자를 말한다. 주식시장에서 하락장이나 약세장에서 사용되는 전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일 금융당국을 향해 “대통령 취임 1년6개월 동안 공매도 관련 공약 이행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 엄정 처벌, 기관 및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담보비율 합리적 조정, 공매도 서킷 브레이크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이제 와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늦장행정 전형이라면서 제도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2차 전지주들을 중심으로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간 공매도 경쟁에 불이 붙는 양상이다. 여기에 일부 외국투자은행(IB)가 장기간 불법 공매도를 해 온 사실이 적발되며 공매도에 화살이 쏠렸다. 금감원은 최근 BNP파리바와 HSBC글로벌 IB 2곳이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로 공매도를 한 뒤 사후에 차입하는 ‘무차입 공매도’한 사실을 적발했다. 적발된 2개 IB의 불법 공매도 금액은 560억 원어치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예상된다. 또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매도 제도 개선' 국민동의 청원은 5만명을 넘어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공매도는 뜨거운 화두였다. 윤창현 의원을 비롯해 윤주경·윤한홍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7일 정무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공매도를 3~6개월 정도 금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금융위를 압박했다. 대통령실도 최근 금융위에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금융위는 ‘일시적 전면 중단’을 비롯한 공매도 제도의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신설하고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감원 내 조사 경력자와 영어 능통자, IT 전문 인력 등으로 구성된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신설해 다음 달 6일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기존 금감원 공매도 조사팀 8명을 2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이에 따라 공매도 전면 재개는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 일환으로 2020년 3월부터 약 1년간 전면 금지했다. 이후 2021년 5월 이후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공매도 제도가 불평등하다고 비판해왔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대 90일까지만 주식을 빌릴 수 담보 비율도 120%로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고 담보비율도 105%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차별적인 조건을 적용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융권에선 공매도 금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조치인데다 자칫 한국 증권시장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또 당정이 앞서 추진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MSCI는 선진국지수 편입 요건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해왔다. 공매도 억제가 시장에서 주가 급등 등을 제어해, 효율적인 가격 책정 기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공매도 제도 손질 압박을 넣는 여당 행보가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자본시장연구원은 공매도 규제효과에 대해 “실증분석에서 관찰된 결과를 종합 평가하면 공매도 금지는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시장거래를 위축시킨다”고 봤다. 이어 “공매도 규제를 논의함에 있어 공매도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충분히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공매도의 기능을 부인하기는 어려우며, 전면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접근방식보다는 그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