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는 따로 버려요”…지하철 ‘음료 수거함’ 아시나요

“음료는 따로 버려요”…지하철 ‘음료 수거함’ 아시나요

기사승인 2023-11-08 06:00:10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비치된 음료 수거함. 사진=이예솔 기자

열차에 타기 전 음료를 버릴 수 있는 ‘음료 수거함’이 서울지하철 승강장 곳곳에 비치돼 있지만,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도입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홍보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료 수거함은 일반쓰레기통과 재활용품 쓰레기통 가운데에 오목한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사각형 쓰레기통이다. 수거함에 음료를 쏟으면 관을 타고 내려가 생수통에 고이는 방식으로, 지하철 승객들이 열차에 타기 전 남은 음료수와 얼음 등을 버릴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지하철 역사의 청소 등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환경은 2019년 2월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을 위해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시작으로 10개 역에 40개소의 음료 수거함을 비치했다. 이후 올해까지 1~8호선 275개 역 중 196개 역에 음료 수거함 691개소를 확충했다.

지난 6일 오후 6~7시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약 1시간 동안 음료 수거함에 음료를 버린 승객은 한 명뿐이었다. 음료가 든 일회용컵을 손에 든 승객들이 다수 보였지만, 음료 수거함에 음료를 버리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음료를 손에 들고 지나가던 대학생 김민수(20)씨는 “신촌에 거주한 지 1년이 됐지만, 음료 전용 수거함이 있는지 몰랐다”며 “구석에 있어서 잘 안 보였던 것 같다. 주변에서도 이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비치된 음료 수거함. 재활용품 쓰레기통 안에 음료가 담긴 일회용컵이 버려져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대신 같은 시간 동안 3명의 승객이 음료 수거함에 침을 뱉었다. 미화원 A씨는 “음료 수거함 통에 토사물과 가래침은 기본이고, 대변을 보고 가는 사람도 있다”며 “음료 수거함에 있는 토를 치우는 일이 하루에 5건도 더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승객들은 이날 비 예보로 역 입구에 비치된 우산꽂이 통에 음료를 버리고 가기도 했다. A씨는 “음료 수거함이 있는데도 우산꽂이 통에 침을 뱉거나 음료와 일회용컵을 버리고 간다”라며 “화장실에도 음료가 담긴 일회용컵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날 신촌역에서 만난 오가타 나나미(23)씨도 “좋고 편리한 도구인데, 잘 이용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급하게 움직인다. 일반 쓰레기통과 비슷하게 생겨서 슥 지나가면서 보는 사람들은 음료 수거함인지 전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쓰레기통이 거의 없어서 불편했다”라며 “음료를 버리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나 글씨를 적어서 붙여 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는 시민들의 음료 수거함 이용률을 높이려면 홍보와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음료 수거함 자체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데도 처음 본다. 많이 비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료 수거함도 구석진 곳이 아닌 승객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놔 주는 것이 좋다”라며 “기차가 오는데 구석진 곳으로 뛰어가서 버리고 타는 승객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음료 수거함 위치 선정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지하철 역마다 승차 환경이 달라서 위치 가이드라인은 만들 수 없다”면서 “어느 곳에 비치해야 효율적으로 청결할 수 있을지 청소 자회사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몇몇 승객들이 음료 수거함에 기타 이물질들을 투여해서 버리는 경우가 있다”라며 “이 부분에선 승객들의 의식 향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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