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공매도 금지 효과에…수혜주 옥석 가리기 ‘심화’

‘일장춘몽’ 공매도 금지 효과에…수혜주 옥석 가리기 ‘심화’

금융당국,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 금지’…증시 변동성 ‘출렁’
증권가 “펀더멘털 개선과 밸류에이션 메리트 주목”
공매도 상위 업종 ‘헬스케어’ 주목 필요성도 제기

기사승인 2023-11-10 06:00:15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최근 금융당국이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를 결정하면서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종목별로 살펴봐도 급등 이후 곧바로 하락세로 이어지는 등 낙폭이 심화됐다. 증권가에선 결국 시장은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주가 상승이 제한됐던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6일 주식시장 개장 직후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350개 종목과 유가증권 및 코스닥, 코넥스 시장 등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한 공매도는 차단됐다. 다만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 등의 공매도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공매도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된다.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동반된다.

국내에서 공매도 전면금지는 이번이 역대 4번째 사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부각됐던 201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2020년에 금지된 공매도는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의 공통점은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통화와 재정정책 모두 완화적이었고, 개인들과 외국인들의 유동성을 지지해 주는 지지대 역할을 수행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08년도와 2011년도 당시에는 기준금리의 연속적 인하와 양적완화가 관찰되면서 금리 하락을 유도했다”며 “2020년은 금리 하락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전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돼 주가와 경기의 유동성을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공매도 규제도 유사한 배경이 자리 잡았다. 각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통화긴축과 유럽 및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금융당국의 결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적절치 못한 공매도 행위도 이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결정에 국내 증시는 크게 요동쳤다. 지난 6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56%(134.03p) 급등해 2500선을 회복했다. 같은 기준 코스닥지수는 무려 7.34%(57.40p)나 오른 839.45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상승 폭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오름세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 중심으로 급등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다음날인 7일에는 곧바로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3%(58.41p) 하락한 2443.96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80%(15.08p) 내린 824.37로 집계됐다. 당시 코스닥지수의 급락에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개별 종목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공매도 상위 종목들은 높은 오름세를 시현한 이후 급락했다. 대표적으로 2차전지 관련주가 꼽힌다. 지난 3일 기준 코스닥150지수 중 공매도 잔고 3위에 해당하는 2차전지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는 6일 25.30% 급등한 18만7700원이었으나 다음날 15.29% 떨어지면서 상승분을 다수 반납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국내 주식시장은 전일 상승분의 과반 이상을 되돌렸다”며 “빨랐던 숏커버링 속도가 조절되고, 외인 자금이 나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공매도 규제에 의한 종목 반등은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내다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숏커버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공산이 크다”며 “따라서 중기 관점에서의 매수 후 보유를 염두에 둔다면, 최소한 펀더멘털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짚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링 물량 및 글로벌 대외 변수 안정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은 진정 국면에 진입했다”며 “시장의 이목은 결국 펀더멘털 개선과 밸류에이션 메리트에 주목하게 될 것으로 투자심리와 수급도 이를 기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들의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급 이슈에 따라 주가 상승이 제한됐던 기업들에게 호재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주로 헬스케어(제약·바이오) 업종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산업재 업종 다음으로 공매도 비중이 높은 곳은 헬스케어로 확인됐다. 코스닥150지수 중 헬스케어 종목들의 대다수가 바이오텍이다. 이들은 신약 개발 기업 특성상 실적에 따른 밸류에이션보다 수급에 민감하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단순 수급 이슈로 공매도가 증가해 주가가 부진했던 기업들 주가에 분명히 긍정적”이라며 “높은 공매도 잔고비율을 기록한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 반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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